[월드컵 줌인] 일부 아랍 무슬림들이 서방의 카타르 월드컵 보도에 분노하는 이유
[월드컵 줌인] 일부 아랍 무슬림들이 서방의 카타르 월드컵 보도에 분노하는 이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1.26 06:52
  • 수정 2022.11.2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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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건설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 [사진 = 연합뉴스]
카타르 건설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 [사진 = 연합뉴스]

일부 서방 언론들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기 전부터 카타르의 인권침해 문제를 집중 거론해왔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이러한 보도 방식에 대한 일부 아랍 무슬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CNN은 25일(현지 시각) 이번 월드컵에 대한 서방의 일부 시각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아랍 무슬림들에 대해 보도했다.

“나는 오늘 카타르인이며, 아랍인이며, 아프리카인입니다. 또, 나는 오늘 게이이고, 장애인이고, 이주노동자이기도 합니다.”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이주민으로 자란 자신의 이력과 한계에 내몰린 공동체들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이렇게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그가 이처럼 겉보기에 카타르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말을 한 것은 이번 월드컵 주최국인 카타르를 향한 서방 언론의 집중포화 때문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남에게 도덕을 가르치려는 것은 서방의 위선이라는 말도 했다.

월드컵이 열리기 바로 전날 행한 이 연설은 온라인을 타고 번지며 분노와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상당수 아랍과 무슬림들은 FIFA 회장의 성명에 강한 공감을 표명했다.

카타르인 오마르 알사디(21)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기 동포들이 인종주의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느끼는 정서를 인판티노 회장이 ‘서방적 관점’에서 잘 표현해주었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이 준비되는 과정에서 서방 언론들은 세계 최대의 스포츠 행사 그 자체보다 이 행사를 둘러싼 주변적 상황을 전하는 기사들로 도배가 되었다. 즉, 걸프만에 위치한 주최국 카타르가 이주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나 성소수자(LGBTQ) 박해, 그리고 과도한 사회적 통제 등 부정적 요소들을 전하는 기사들로 넘쳐났다는 말이다.

한 예로 영국 국영방송 BBC는 월드컵 개회식을 TV로 중계하지 않고 대신 주최국에 대한 비판 보도로 대체했다. BBC는 개회식은 주문형 비디오(video-on-demand) 서비스를 통해 방송했다고 밝혔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확실히 예년의 월드컵과는 사뭇 다르다. 이번 대회는 최초로 무슬림 국가에서 열리고 있으며,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이 아랍과 무슬림 풍취를 물씬 풍기도록 노력을 기울여왔다.

베두인 문화를 주제로 한, 토요일의 개회식은 전통 부르카 차림의 가수로 시작됐다. 여성의 얼굴을 가리는 부르카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착용이 금지되어 있기도 하다. 개회식에서는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할 때 ‘국가와 종족’으로 나누어서 서로 소통하게 했다는 코란의 구절이 인용되기도 했다.

SNS에서는 카타르의 일부 호텔은 투숙객들이 이슬람을 배울 수 있도록 QR 코드를 제공하는가 하면 무슬림 자원봉사자들이 방문객들에게 이슬람 복장을 가르친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한 CNN의 문의에 월드컵 인프라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월드컵 계획을 담당하는 ‘카타르 문화 전달 최고 위원회(SC)’는 아무런 응답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SC 측은 이보다 앞서 CNN에 보낸 성명을 통해 “수용적이고 차별이 없는” 월드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힌 바가 있다.

“카타르는 모두를 환영하지만 보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성적 성향에 관계없이 공개적인 애정 표현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우리는 그저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존중해줄 것을 요청할 뿐입니다.”

카타르 방문객들은 어디를 가든 가시적 이슬람 상징을 피해 나갈 수 없다. 이와 관련 프랑스 언론인이 방송에서 행한 카타르에 '많은 모스크가 있다'는 농담은 무슬림들 사이에서 SNS를 통해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서구 미디어들도 아랍과 무슬림에 대한 고정관념을 퍼뜨린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런던의 <더 타임스>는 지난 20일 “카타르 사람들은 서방 옷차림을 불편하게 여긴다”는 사진 캡션을 달았다가 SNS측의 제재를 받은 뒤 삭제됐다. 290만 카타르 인구의 약 87%가 원주민이 아닌 해외 이주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다수는 서양인이다.

“서방 언론은 아랍과 무슬림이 제3세계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편견을 조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카타르인 나즈드 알 모하나디(20)는 CNN에 이렇게 말했다.

카타르 "외국인 노동자 착취 주장은 과장된 얘기" : 2022 카타르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착취당한다는 국제기구 조사 결과에 대해 카타르 당국이 "과장됐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사진은 스위스의 한 시민단체가 카타르 월드컵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카타르 "외국인 노동자 착취 주장은 과장된 얘기" : 2022 카타르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착취당한다는 국제기구 조사 결과에 대해 카타르 당국이 "과장됐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사진은 스위스의 한 시민단체가 카타르 월드컵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서구 언론의 일부는 아랍에 씌어진 고정관념과 편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과거 카타르의 알자지라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MSNBC 진행자 아이만 모흐옐딘은 최근 카타르에 대한 보도가 “서구의 편견, 도덕적 우월감,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이중 잣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와 <뉴욕타임스>도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를 옹호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또, <타임스>는 카타르에 대한 비판이 “위선으로 가득 차 있다”는 에세이를 게재하기도 했다.

“카타르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빈약한 임금과 열악한 환경을 견디고 힘든 육체적·정신적 조건에서 일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비판이 나오는 시점에 의심이 갑니다.”

아랍에미리트 출신으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에 있는 미라 알 후세인은 이렇게 지적했다.

“비판의 시점이 정당하지 않으며, 글로벌 이벤트를 미덕 과시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됩니다.”

그는 이렇게 비판했다.

“특히 자기들 나라의 안과 밖에서 인권침해 논란에 휘말린 비 NGO 단체에서 이 같은 비판이 나온다는 것은 더욱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인권단체 ‘페어스퀘어(FairSquare)’의 이사이자 전직 카타르 주재 영국 외교관인 제임스 린치는 서구의 카타르에 대한 일부 보도가 아랍 무슬림 세계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비판은 “공정하고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적 보도 사례만을 언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를 일반화하여 대부분의 비판이 인종차별에 기인한다는 암시를 주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카타르의 여성들과 성소수자들이 “법률과 법 집행 차원에서 심각한 차별과 억압에 직면해 있다”는 말과 함께 카타르의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가혹한 노동 조건과 과도한 착취에 직면하고 있으며, 가사 노동자와 건설 노동자가 가장 취약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카타르에 대한 서방 언론의 보도 태도를 문제 삼는 비평가들은 수상한 인권 기록을 가진 다른 나라들이 글로벌 스포츠 행사를 주최할 때 이번처럼 가혹한 검열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역으로 뒤집어씌우기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말합니다… 카타르의 인권 상황은, 분명 열악하기는 하지만, 러시아나 중국, 이스라엘 같은 나라에 비하면 최악은 아닙니다. 카타르는 인종 청소에 가담하지도 않고, 이주노동자들은 주거 여건이 열악하기는 하지만 강제수용소에서 생활하는 건 아닙니다.”

‘도하 대학원 연구소’의 카타르 출신 연구원 마리암 알하즈리는 카타르에 대한 최근 레토릭 중 일부는 인권에 대한 지적이라기보다는 서구식 세계관을 강요하는 일부 서구 비평가들의 “동방학자적 담론(orientalist discourse)”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의 주장이 카타르 이주노동자 상황에 대한 비판을 중단하라는 명분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보다는 식민주의와 인종적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세계화된 경제 질서의 일부로서 이주노동자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녀는 이러면서도 일부 과격한 카타르 옹호자들이 카타르의 인권침해 요소에는 눈을 감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히 지적했다.

“카타르를 옹호하는 많은 사람들도 친정부적인 언어를 과도하게 구사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런 현상이 카타르 이주노동자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미국이나 영국 이주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곤경은 카타르 이주노동자의 곤경과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그녀는 CNN에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서방에 역으로 뒤집어씌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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