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줄리안 어산지 미국 송환된다면...가디언 "탄압정권들에게 선물될 것"
[WIKI 프리즘] 줄리안 어산지 미국 송환된다면...가디언 "탄압정권들에게 선물될 것"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5.27 05:53
  • 수정 2022.05.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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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어산지 석방 캠페인. [AP=연합뉴스]
줄리안 어산지 석방 캠페인. [AP=연합뉴스]

앞으로 며칠 뒤면 영국의 내무장관 프리티 파텔이 언론의 자유와 관련한 영국 역사상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된다. 파텔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를 미국으로 송환하느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어산지는 미국으로 보내지면 경비가 가장 삼엄한 교도소에서 남은 일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어산지의 운명이 이렇게 결정되면 전 세계 저널리즘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디언은 최근 논평에서 "어산지가 송환될 경우 미국 정부 관련 정보원으로부터 나오는 자료들을 다루고 보도하는 데 있어 목숨을 걸어야 하게 될 것이고, 언론인들이 어산지와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펜타곤 문서 폭로로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미국의 내부고발자 대니얼 엘스버그는 어산지를 변호하기 위한 증언을 했다. 엘스버그의 펜타곤 문서는 라오스와 캄보디아 폭발 사건 은폐를 폭로했고, 베트남 전쟁을 끝내는 데 일조했다.

엘스버그는 2년 전 어산지 송환 사건 재판에서 어산지에게서 큰 공감을 느꼈다며 어산지의 폭로는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어산지는 기자가 아니고 스파이며, 따라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산지는 2006년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의 비리가 담긴 기밀 자료들을 입수하고 공개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미디어 기관으로 위키리크스를 설립했다.

미국과의 갈등은 2010년에 시작됐다. 당시 위키리크스는 뉴욕타임즈, 가디언, 슈피겔, 르몽드 등 세계 주류 뉴스 기관들과 함께 유례없는 대대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미군 정보분석가 첼시 매닝이 유출해서 제공한 문서들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보도 기관과 기자라면 누구라도 헌신적으로 매달릴,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미국의 이라크전과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바꾼 자료들을 공개한 것에 대해 주류 언론들은 빠진 위키리크스와 내부고발자 매닝이 책임을 지게 됐다.

이들이 공개한 것 중에는 이라크에서 미군 헬기가 비무장 민간인들을 사살하며 웃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도 있었다. 당시 사망한 민간인 중에는 로이터 기자도 포함돼 있었다. 미군은 이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것을 거부했다.

위키리크스는 이라크에서 사망한 민간인의 수가 6만 6천명으로 미국이 인정한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관타나모 수용소에서의 무슬림 수감자들에 대한 학대도 드러났으며, 이들 중 150명은 기소 절차도 없이 무고하게 수 년 동안 구금된 것도 밝혀졌다.

84명의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대변한 인권단체 리프리브(Reprieve)의 회장 클리브 스태포드 스미스는 위키리크스의 도움으로 이들 수감자들에 대한 혐의가 조작됐음을 밝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건은 예상치 못한 국면에 들어섰다. 2010년 11월 스웨덴에서 성범죄 혐의로 어산지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어산지는 스웨덴으로 가는 것을 거부했다. 이것이 자신을 미국으로 송환하기 위한 음모라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들어가 망명을 추구했다. 스웨덴은 어산지를 기소하지 않았고 2019년 수사를 철회했다. 

어산지는 대사관 건물 안에서 7년 동안 망명생활을 했지만 에콰도르는 결국 그를 내쫓았고 그 즉시 어산지는 보석규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산지는 런던의 벨마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미국은 엘스버그에 대한 기소에 실패했던 방첩법을 어산지를 기소하는 데 또 적용했다. 

개러스 피어스와 에드워드 피츠제럴드가 이끄는 어산지의 변호팀은 어산지가 한 일은 오직 저널리스트로서 탐사보도를 한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저널리스트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뉴스 정보원을 보호하는 것과 같은 행동을 했을 뿐인데 어산지를 기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어산지에게 두고 있는 혐의 중 하나가 기밀 자료들을 전달한 정보원인 매닝을 숨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원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았을 때 이러한 기본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저널리스트는 파면될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은 어산지가 매닝을 독촉해서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의 대표 케네스 로스는 공익성 있는 중요한 정보를 받기 위해 정보원과 비밀리에 소통하는 탐사보도 저널리스트들이 보통 하는 일을 범죄라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파텔이 영국 현대 역사상 가장 탄압적인 내무장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어산지를 구제해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는 않다. 또한 보리스 존슨 총리 역시 미국에 등을 돌리는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어산지에게는 계속해서 송환에 맞설 기회가 있다.

많은 이들이 어산지가 미국으로 송환되면, 저널리즘이 죽게 될 것이며, 또한 세계 곳곳에서 전쟁범죄가 서슴치 않고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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