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방한] 러-우크라 침공을 한일 '해빙무드'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 CNN 서울 특파원이 진단하는 한일관계
[바이든 방한] 러-우크라 침공을 한일 '해빙무드'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 CNN 서울 특파원이 진단하는 한일관계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5.20 05:27
  • 수정 2022.05.2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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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만하지 못한 한일관계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바이든의 묘수는?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CNN방송의 서울 특파원 폴라 핸콕스(Paula Hancocks)는 19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한일관계를 진단하는 기사를 타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비판자들의 우려를 불식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항에 서방세계를 하나로 묶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이뤄냈다.

모스크바가 부당한 전쟁을 결행하기 전에 서방세계는 러시아산 에너지 파이프라인에서부터 브렉시트(Brexit) 문제까지 분열을 겪고 있었으며, 일부 국가는 트럼프 시대의 무역 분쟁과 이라크 문제로 인한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워싱턴과의 관계 재설정까지 고려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3개월째로 접어든 지금, 나토 가입에 열성인 스웨덴과 핀란드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바이든은 서방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고, 일치되어 있다”고 큰소리칠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는 취임 후 최초로 아시아로 날아가는데, 아시아의 두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일본을 하나로 묶어내야 하는, 유럽과 비슷하게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앞에 두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바이든의 우방국가이다. 두 나라에는 8만 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해 있으며, 미국은 세계 평화에 러시아보다 더 위협적인 중국의 부상(浮上)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한 동맹을 형성하는 데 이 두 나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처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중국의 부상을 두고 “21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시험”이라고 언급한 바가 있는데, 이 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나왔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지금까지 15번의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감행했다. 워싱턴 당국은, 북한에서는 코로나19 발발 사태를 두고 지난주 ‘엄중한 국가적 위기’라고 선언한 상황에서도 7번째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믿고 있으며, 이러한 도발은 어쩌면 바이든의 방한과 때를 맞춰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미국의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할 수 있다.

그럼 바이든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한일 양국은 각각 별도로는 워싱턴과 친밀관계를 유지하려 애를 쓰지만, 두 국가끼리만 남게 되면 잘 지내지를 못한다.

한일 양국 사이에는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지배한 1910년부터 1945년까지의 강점기를 뿌리로 한 역사적 앙금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러한 갈등 관계는 일본의 전시 매춘 업소 운용 문제로 더욱 격화하고 있다. 이 매춘 업소 피해 여성들은 현재 ‘종군위안부(comfort women)’라는 순화된 표현으로 불리고 있다. 여기에다 양국은 동해상의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두고도 70년 동안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역사책에 등장하는 소재가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있는 분쟁에 해당한다. 가장 최근 들어서 2021년 11월에 추진되었던 한미일 3자 회담은 일본 외무차관이 한국 경찰청장의 독도(일본명 다케시마) 방문을 문제 삼으며 합동 기자회견이 무산되기도 했다. 또,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 징용과 관련해 피해자 가족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난제로 남아있다. 여기에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안보와 경제 문제를 두고서도 양국간 견해 차이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50년간 미국 정부 안팎을 드나들며 외교 업무를 담당하면서 한일 양국 실무를 담당했던 전직 외교관 에반스 리비어는 수십 년간 양국의 선린관계를 해치는 요소들을 지켜봐왔다.

“도쿄와 서울이 적극적으로 직접 대화에 나서지 않거나, 양국이 협력하지 않는다면 양국에 대한 미국의 역할이나 대중국, 대북한 전략 구상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해빙 무드 감지

리비어는 한일 양국 분위기와 관련해서 그 어느 때보다 고무적인 느낌을 갖고 있으며, 이는 바이든을 위해서는 잘 된 일이라고 말한다.

새롭게 정부 수반에 오른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나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모두 미국과 강력한 군사 동맹을 유지하기 바라고, 중국이나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다 일본 정계에 영향력을 잃지 않고 있는 아베 신조 전총리는 일본에 미국 핵무기를 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쿼드(Quad)’ 가입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쿼드’는 미국이 이끄는 느슨한 안보 결사체로 일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가 가입되어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방문 마무리로 이 ‘쿼드’ 정상회담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다.

더욱 결정적으로 한일 양 정상은 과거사 문제를 뒤로 젖혀놓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식에 앞선 지난달 대표단을 도쿄에 파견하면서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그가 유세 기간 동안 밝힌, 세계의 중심축을 이루는 국가로서 새롭게 출발(fresh start)하겠다는, 국정 구상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대표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서한을 기시다 총리에게 직접 전달했으며, 일본 측도 윤 대통령 취임식에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을 보내 답신을 전달하면서 화답했다.

윤 대통령의 서한을 받은 기시다 총리는 국제 질서가 위협받고 있는 현시점을 감안하면 일본과 미국, 한국 간에 전략적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이 과거사 문제를 보류하는 이점에는 동의한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이 문제에 호락호락하지 않는 양국의 유권자들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

‘캐논 글로벌 연구소(Canon Institute for Global studies)’의 수석연구원인 코타로 이토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영어와 일본어 모두를 말할 줄 알고, 일본 의회와 친숙한 박진을 외무부의 수장으로 발탁하면서 접근 방식의 변화를 시사하고는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중 획기적 변화가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양국 모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으며, 양국 정상 모두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정서에 반대하는 민족주의적 유권자들에게 등을 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6월에 지방선거가 있고, 일본은 7월에 참의원선거가 있다.

민족주의 장벽

한일 양국이 관계 정상화를 시도한 것은 이번뿐이 아니었다. 1965년 양국은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합의한 바가 있는데, 이 합의문에는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의 합의도 포함되어있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은 군사독재 시기였기 때문에 상당수 한국인들은 이 협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부 한국인들은 일본 총리들의 뒤이은 사과들과 후속 조치들이 여전히 식민 지배에 대한 충분한 배상에 못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산정책연구소’ 일본학 연구 분과의 최은미 연구원은 동맹을 구축하려는 바이든의 구상에는 한일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그의 이번 아시아 순방이 이 문제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너무 민감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미국이 여기에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투표권을 행사할 유권자들은 양국 모두에 중요하다.

리비어는 “양국 관계와 역사적 문제를 수시로 휘몰아가는 민족주의”를 뇌관으로 꼽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문제의 배상과 관련한 한국 법원의 결정이 “화해 분위기를 결단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징용 피해 가족들은 보상을 받기 위해 수 십 년 동안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법원에 직접 소송을 제기하며 싸움을 벌여왔다.

이 문제는 도쿄 당국의 분노를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되었다. 일본은 모든 문제가 1965년의 협약으로 해결되었다고 믿는다. 윤석열 대통령도 독립적인 사법부의 결정에 개입한다는 비난을 무릅쓰지 않으려면 이 문제에 쉽게 나설 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아가 새로 취임한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지지율 상태에서 5년 임기를 시작했고, 국회의 다수당을 야당이 점유하고 있는 난제도 극복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노년층 중심의 보다 보수적 세대가 한국에 대한 강경책을 요구하고 있으며, 기시다 총리도 이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코타로 이토 교수는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노년층이 젊은층보다 투표 참여에 훨씬 적극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나 윤석열 대통령이 품고 있는 오랜 정치적 불신을 돌파할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경험했듯이 동맹과 협력의 중요성이다.

“미국 대통령은 국제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핵심 역할을 하며, 결정적 순간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나토와 다른 나라들을 추동하고 있습니다.”

전직 외교관 에반스 리비어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보다 동맹의 중요성과 가치를 더 잘 설명하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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