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암호화폐의 종말은 시작되었는가?... '버블'로 드러나고 있는 신기루 시장
[월드 프리즘] 암호화폐의 종말은 시작되었는가?... '버블'로 드러나고 있는 신기루 시장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5.18 05:56
  • 수정 2022.05.18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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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에 흔들리는 가상화폐 : 13일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모습.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 폭락으로 가상화폐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이날 루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비트코인은 9개월여 만에 4천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사진=연합뉴스]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모습.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 폭락으로 가상화폐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욕에 본부를 두고 주로 진보적 시각을 소개하는 온라인 매체 ‘jacobinmag’는 17일(현지 시각) 언론인이자 작가인 하다드 디어(HADAS THIER)의 칼럼을 싣고 폭락 장세를 연출하며 투자자들을 패닉에 몰아넣고 있는 암호화폐의 근본 속성을 되짚어봤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지난주 암호화폐의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유감(?)스럽게도 그렇다고 해서 암호화폐의 종말을 목도할 것 같지는 않지만, 다행스럽게도 암호화폐가 우리 모두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감언이설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나는 배우 맷 데이먼(Matt Damon)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작년에 ‘크립토탓컴’이 수백만 달러를 들여 미국 수퍼볼 대회에 TV 광고를 붙였을 때 맷 데이먼은 이 광고에 출연해 암호화폐를 열렬히 찬양했었다. 그는 광고에서 화성처럼 보이는 물체를 쳐다보며, 숨이 멎을 듯한 감동과 함께 “행운은 용감한 사람들의 것”이라고 중얼거렸다.

그의 이러한 모습은 영화 ‘굿윌 헌팅(Good Will Hunting)’에 등장해, 주류의 여피족(yuppies)과 법정에서 다툼을 벌이고 미국 제국주의를 신랄히 비판하던 보스턴 남부 청년의 모습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현재 지구촌 전역에서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있으며, 맷 데이먼, 지미 팰런(Jimmy Fallon),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 등 유명인의 말에 혹해서 암호화폐라는 알약을 삼켰던 보통 사람들이 큰 충격에 빠져들었다.

테라USD(TerraUSD)나 루나(Luna) 같은 ‘스테이블코인(stablecoin)’들이 폭풍의 중심으로 작용하고 있고, ‘subreddit’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다루는 게시판에는 지난 48시간 동안 암울한 이야기들과 자살 예방 상담 전화번호들이 늘어났다. 한 사용자는 “나는 45만 달러 이상을 잃었다. 돈을 빌려서 투자했는데 갚을 길이 없다. 곧 집이 날아갈 거고, 나는 노숙자로 전락할 거다. 자살만이 유일한 탈출구다.”라고 썼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올린 트윗처럼 당신이 한 달 전, 당시 4번째로 인기가 있었던 암호화폐인 루나에 100달러를 투자했다면 현재 당신에게는 0.04달러가 남게 되었다.

그러다가 몇 분 전 이 트윗은 루나의 가치가 더 떨어져 1페니도 안 되게 되었다고 업데이트 되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루나의 가치는 0.0003달러를 가리키고 있으며, 루나와 연계된 테라USD는 11센트에 거래되고 있다.(현지 시각 기준). 테라USD는 알고리즘에 의해 미화 1달러에 페깅(pegging)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다.

한편, 가장 오래되고 가장 널리 사랑받고 있는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은 한주 만에 16%가 넘게 떨어졌고, 지난 6개월 통산으로는 50% 이상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 폭락이 계속된다면 암호화폐야말로 돈을 안전하게 지키는 올바른 길(financial security)이라는 말에 현혹되었던 사람들은 크나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지난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는 디폴트(default)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억만장자들 상당수는 여전히 시장에 남아 ‘호들(HODL)’을 외치고 있다. ‘호들(HODL)’이란 ‘HOLD’의 순서를 일부러 바꾼 북미권 인터넷상의 밈(meme)으로, 암호화폐나 주식시장에서 매수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해보지 않기 위해 팔지 않겠다는 의도로 사용된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게는 어버이와 같은 존재인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는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The ₿est is yet to come.)”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만일 당신이 어떤 국가도 보증해주지 않고, 실재 상품이나 자산과 연계도 되지 않은 암호화폐들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이를 과대 선전하면 사람들이 지불하겠다는 금액과 그에 따른 ‘가치(value)’가 증가할 수는 있다.

암호화폐와 NFT, 그리고 모든 종류의 암호화폐 관련 자산들은 지난 2년 동안 초저금리로 인해 주식시장과 금융상품,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는 돈들이 넘쳐나면서 버블 잔치를 벌여왔다.

그중에서도 암호화폐는 이미 고삐가 풀린 월스트리트보다 더 광포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는 ‘팝업코인(Pop-up coin)’, ‘폰지사기(Ponzi schemes)’ 및 ‘펌프 앤 덤프 사기(pump-and-dump schemes)’ 등이 만연해서 이 문제가 공공연히 논의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일부는 되레 이런 수법들을 옹호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한 암호화폐 블로거는 “당장 피라미드에 참여하라. 터질 때까지는 버블이 아니다”라는 선동으로 한 해 포스팅을 마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버블의 문제는 언젠가는 터진다는 것이다. 버블로 유지되는 상품의 가치는 당신이 팔고 있는 것을 사람들이 기꺼이 사줄 때까지만 유지된다. 암호화폐의 경우 당신이 팔고 있는 것은 사이버 공간에서 살아가는 가상의 토큰(made-up token)이다.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가 금년에 이자율을 몇 차례 올릴 것을 시사하면서 투자자들은 암호화폐처럼 변동성이 극도로 높은 자산들에서 돈을 빼고 있다. 테라(Terra)와 같은 스테이블코인들은 암호화폐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많은 암호화폐 회의론자들의 경고처럼 스테이블코인은 실제로 가장 붕괴되기 쉬운 암호화폐 생태계에 해당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안전자산(대부분의 경우 미국 달러)에 고정된(pegging) 토큰(token)이지만, 성가신 규제 없이, 블록체인의 속도로 거래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투자자가 다른 암호화폐를 매매하거나 더 위험한 통화에서 철수하고 싶을 때 자산을 보호하는 데 사용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거래 운용의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종종 배관 시스템으로 불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비트코인 거래의 약 70%는 가장 인기 있는 스테이블코인인 테더(Tether) 내에서 거래된다.

추락하는 암호화폐. 연합뉴스
추락하는 암호화폐. 연합뉴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뒤에 숨어있는 안정성(stability)은 신뢰할 수 없는 두 가지 모델 중 한 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각 디지털 코인이, 은행에 확보된, 1달러를 대표하는 백업 준비금(backing reserve)을 통한 방안이다. 테더는 바로 이 모델을 채택했다.

하지만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달러 준비금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테더는 뉴욕주 법무장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데, 그는 테더가 “자신들이 목표를 달성하고 자신들의 최저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무모하고 불법적으로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은폐했다. 자신들의 가상화폐가 항상 미국 달러로 뒷받침된다는 테더의 주장은 거짓말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모델은 테라와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algorithmic stablecoin)이다. 이런 종류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사람들은 가격 안정성이 코인 가격이 자신들의 달러 지지대(dollar pegging)를 오르락내리락할 경우를 대비해 코인들의 숫자를 바꾸도록 된 프로그램 코드를 통해 유지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암호화폐 회의론자 데이빗 제라드(David Gerard)가 지적한 대로 “모든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그렇기 때문에 이 안전대(pegging)를 유지하는 데 실패해왔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작동하지 못할 때까지만 작동한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는 이제 종말을 맞이한 것인가? 우리는 보통 가격이 폭락할 때는 그런 예단을 내리고자 하는 유혹에 빠진다. 그리고 나처럼 비트코인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기를 바란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암호화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테라나 루나, 그리고 수백 종류의 소규모 암호화폐들은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재산과 집을 날릴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에는 암호화폐 그 자체에 목숨이 걸린 수많은 억만장자들이 있고, 전기를 잡아먹는 대형 괴물처럼 유지되는 비트코인 채굴 산업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암호화폐는 조용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를 지탱하는 외관의 일부가 붕괴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작은돈을 투자해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감언이설(get-rich-quick scheme)과 비트코인은 미래의 화폐라는 허울, 또는 암호화폐는 인플레이션을 헤지(hedge)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신화가 붕괴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억만장자들이 이끄는, 신기루와 같은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있다는 유혹이다. 이것이 이러한 거대 담론의 끝을 알리는 시작이라면 그 시작은 그렇게 빨리 찾아오지는 않을 듯하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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