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미래는 반도체에 있다"… 반도체 품귀 속 SK그룹의 배팅
[시선집중] "미래는 반도체에 있다"… 반도체 품귀 속 SK그룹의 배팅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4.05 16:06
  • 수정 2022.04.05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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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관리 핵심 'BMIC' 개발
듀폰 웨이퍼 공장 인수해 수요 대비
팹리스 'ARM' 인수 컨소시엄 참여 검토
인텔 낸드 사업부 이을 M&A 후보군 모색
SK하이닉스의 경기도 이천 M16 팹 전경.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경기도 이천 M16 팹 전경. ⓒSK하이닉스

SK그룹이 국내외 투자자들과 투자금 확보를 통한 인수합병(M&A)과 기술 협력으로 반도체 산업을 적극 육성할 기세다. 출범 10주년을 맞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SK스퀘어, SK실트론, SK온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통해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관리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배터리관리칩(BMIC) 개발에 성공했다. SK온은 배터리 및 전장용 반도체 전문 개발사인 오토실리콘과 함께 BMIC를 공동 개발했다. 

BMIC는 배터리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충·방전 효율성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한다. 전기차 또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탑재된 수백 개 배터리 셀의 전압과 온도 정보를 파악하고,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배터리 셀을 찾아내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체 BMS에서 차지하는 가격 비중이 30%에 달하며, 전기차 한 대당 10개 이상 탑재되는 핵심 반도체다.

SK온은 이번 공동 개발로 그동안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해오던 핵심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공급망 불안을 덜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공급망 관리는 산업계에 최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냉전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최근 우리 정부와 주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공급망, 이른바 칩4 동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시작된 반도체 수급난에 따라 중국과 미국 등 패권 국가들의 반도체 수급을 위한 압박과 제재, 투자 요구에 직면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산업계에선 패권에 구애받지 않는 공급망 구축으로 위기를 타개해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실트론은 이에 2020년 듀폰에 4억5000만달러(약 5500억원)로 워싱턴DC에 위치한 웨이퍼 공장을 인수했다. SK실트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생산능력을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인근인 베이시티에 새 공장을 지어 올 하반기 완공할 계획이다. 회사는 또 2025년까지 3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웨이퍼 생산량을 지금의 10배로 늘릴 방침이다.

SK실트론이 미국 투자를 늘리는 것은 웨이퍼 수요 급증 영향이 크다. 웨이퍼 부족 또한 반도체 부족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다. 칩4 동맹 결속에도 SK실트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용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실리콘 카바이드(SiC·탄화규소) 웨이퍼다. 

여기에 M&A로 힘을 더 실어줄 모양새다. 박정호 SK하이닉스·SK스퀘어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 후 "ARM 인수를 위해 전략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RM은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업계 내 강자 기업이다. 실제로 전 세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90% 이상이 ARM의 설계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RM은 모바일 칩 설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만큼 인수 시도가 빈번했다. 고객사 중 하나였던 엔비디아가 인수를 추진했지만 독과점 우려로 세계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400억 달러(약 48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인수금액도 문제다. 이런 요인으로 SK하이닉스는 컨소시엄 구성에 참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낸드 사업 성장을 위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 1단계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을 출범시켰다.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사업부는 솔리다임(구 인텔 낸드 사업부)을 포함하면 업계 2위(점유율 기준)에 올라서게 된다. 이외에도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아 1조 원 이상을 투자해 '개방형 혁신'을 지향하는 R&D 센터를 미국 서부에 조성할 계획이다.

28일 SK스퀘어 본사 수펙스홀에서 열린 SK스퀘어 제 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부회장이 주주들에게 회사 비전을 밝히고 있다. [출처=SK스퀘어]
지난달 28일 SK스퀘어 본사 수펙스홀에서 열린 SK스퀘어 제 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부회장이 주주들에게 회사 비전을 밝히고 있다. [출처=SK스퀘어]

지난해 11월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로 출범한 투자전문사 SK스퀘어도 실탄을 마련 중이다. SK스퀘어는 향후 3년간 2조원 이상의 자체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국내외 투자자들과 공동투자 기반을 마련해 반도체, 넥스트플랫폼 영역에 집중 투자할 것을 천명했다. 

먼저 미국, 일본 등 반도체 선진시장을 무대로 글로벌 반도체 대표 기업에 투자해 SK스퀘어 산하의 SK하이닉스와 사업 시너지를 노린다. 회사 측은 특히 주요 경영진이 지난 10년간 SK하이닉스 인수, 키옥시아 지분 인수, 인텔 낸드 사업 인수 등 성공적인 대형 M&A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박 부회장과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가 반도체 및 ICT 협력 및 투자 방안을 논의한 만큼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된다.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SK스퀘어 주주총회에서 "올 한해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M&A 시장에서는 좋은 기업들을 좋은 가격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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