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비사업 수주 규모 총 7000억원…1조원 클럽 입성 눈 앞
일반 분양가 100% 보장·이주비 지원 등 조합원 틈새 민심 공략
![서울에 짓고 있는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 현장 전경. [출처=연합뉴스]](/news/photo/202203/122970_105698_2114.jpg)
광주 붕괴사고' 이후 정비업계에서 퇴출위기에 처한 HDC현대산업개발이 경쟁사를 제치고 관양현대아파트와 월계동신 아파트 수주에 성공하며 재기에 나선 모습이다. 반전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덕분이다.
다만 사고가 벌어진 광주에서는 HDC현산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조합원들의 요구로 기존에 확보한 시공사 지위를 내려놓는 등 냉기류가 여전해 계속 순항할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27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어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조합원 887명 중 800명이 참여해 총 800표 중 739표(득표율 92.4%)를 얻어 경쟁사 코오롱글로벌을 누르고 월계동신을 품에 안게 된 것이다.
앞서 1차 입찰에서도 단독 참여해 HDC현산의 시공사 선정이 유력했으나 '광주 붕괴사고'가 발생하고 2차 입찰에서 코오롱글로벌이 뛰어들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한 조합원은 “광주에서 큰 사고가 2번이나 발생하다 보니 (조합내부에서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여전히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에 드는 데다가 HDC현산이 파격적으로 제시한 제안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만든 요인”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재건축 정비사업 조감도. [사진출처=HDC현대산업개발]](/news/photo/202203/122970_105701_5518.png)
실제로 월계동신 재건축 사업은 HDC현산이 강한 수주 의지를 보인 사업지 중 하나다. 게다가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지와도 가까워서 오래 전부터 공들여왔다.
이로써 HDC현산은 지난달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두 차례 연속 수주전에서 승기를 거머쥐며 역전 드라마를 썼다.
앞서 HDC현산은 이달 초 경기도 관양현대 재건축사업도 수주한 바 있다. 2월 초에는 사고가 발생한 초창기인 만큼 55% 득표율 얻으며, 경쟁사(45%)와 득표율 차이가 10% 안팎으로 근소했다.
월계동신 재건축은 노원구 월계동에 총 1070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는 2826억원, 관양현대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에 총 1305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가 4240억원 규모다.
그러나 이어진 월계동신 수주전에선 경쟁사와 큰 차이를 벌이며 수주에 성공, 사고 이후 벌써 7000억원 규모의 신규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이처럼 HDC현산이 연이어 수주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최상의 사업 조건을 제시한 것이 통했다는 평가다. 광주 사고 이후 일부 조합원들이 안전 문제와 대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H HDC현산은 '강북 대표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면서 파격적인 제안책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로 HDC현산은 월계동신 재건축 조합에 △광운대역세권 브리지 연결 △미분양 시 대물변제 100% △글로벌 건축디자인업체 SMDP와 협력해 명품 설계 적용 △미분양 시 아파트 대물변제 100% △사업촉진비 4500억원(가구당 최대 5억원) 지원 등을 약속했다.
앞서 관양동 현대아파트 수주전에서도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이주비 등 사업비 2조원 조달 △사업추진비 가구당 7000만원 지급 △평당 일반분양가 4800만원 100% 보장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입구에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news/photo/202203/122970_105702_5646.jpg)
그러나 기존에 수주한 사업장에선 HDC현산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시공사 재선정을 검토하는 등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특히 사고가 일어난 광주에선 이같은 움직임이 더 거세진 데다가 앞으로 예정된 대부분의 신규 수주 사업장에서도 선뜻 HDC현산이 ‘아이파크’ 브랜드를 앞세워 수주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앞서 광주 운암3단지 조합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컨소시엄 중 현산만 배제하는 방안’과 ‘3개 컨소시엄 모두 계약 해제하는 방안’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1481명 중 1360명(92%)가 현산만 배제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이에 HDC현산은 지난 25일 운암3단지 재건축조합에 모든 시공 권한을 공동 시공사인 GS건설과 한화건설에 위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HDC현산이 시공에서 배제되고 컨소시엄 주간사는 GS건설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조합 측은 단지 명을 놓고 GS건설의 '자이', 한화건설의 '포레나', 제3의 브랜드 등을 사용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HDC현산은 아파트 공사는 참여할 수 없게 됐으나 지분만 유치한 채 기존 계약에 잔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광명11구역에서도 최근 HDC현산의 시공참여 및 ‘NO 아이파크’ 브랜드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HDC현산에 추후 지분 참여에 따른 이익분만 가져갈 것을 요구한 상태다.
한편 건설업계는 HDC현대산업개발이 파격적으로 제시한 제안들이 자칫 잘못하면 공수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쉽게 말해 재건축사업은 일반분양을 통해 돈 버는 구조인 데 일반분양가를 100%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분양가가 하락하면 약속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과 다름 없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은 조합도 그렇고 건설사도 이윤이 생명인데, 회사가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까지 파격적으로 제안한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은 손해를 감수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엄청난 리스크로 돌아올 것”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HDC현산이 제시한 일반 분양가를 보면 현 시세에 비해서도 너무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에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함께 입찰한)경쟁사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부담을 떠안는 등 손해를 보면서까지 입찰에 나설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원들의 입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제안했다는 입장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이익이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안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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