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규제 영향에 주요국 대비 M&A 건수↓…"최소 규제 필요"
[시선집중] 규제 영향에 주요국 대비 M&A 건수↓…"최소 규제 필요"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2.14 07:38
  • 수정 2022.02.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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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 M&A, G5국가 건수 대비 41% 수준
"지주회사 규제·계열사 지원 금지 등 제도적 환경 탓"
일각선 '승자의 저주·기업사냥' 부정적 이미지
"'활력 위해 '최소 허용 규제' 아닌 '최소 규제'로 가야"
인수&합병(M&A). [출처=연합뉴스]
인수&합병(M&A). [출처=연합뉴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규제 영향으로 주요국 대비 위축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계에선 M&A 시장 활성화를 위해 포지티브 규제(최소 허용 규제)가 아닌 네거티브 규제(최소 규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최근 10년간 주요 5개국(G5,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과 우리나라의 M&A 현황을 비교한 결과, 우리 기업은 M&A 건수, 금액 모두 G5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M&A 실적 부진과 함께 기존산업 위주의 M&A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목됐다. 전경련은 우리 기업의 M&A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배경에는 M&A를 저해하는 제도적 환경 등이 있다고 밝히고, 지주회사 규제, 계열사 간 지원행위 금지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10년 간 우리나라의 M&A 건수는 1,063건으로 G5 평균(2,598건)의 41% 수준에 불과했다. G5 중에서는 미국(3,350건)의 실적이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일본(3,202건), 프랑스(2,764건), 독일(1,967건), 영국(1,707건)이 이었다. 우리나라 G5 최하위인 영국과 비교해서도 62%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M&A 금액은 2,737억 달러로 G5 평균(1조 933억 달러)의 25% 수준이었다. G5는 미국(2조 8,815억 달러), 일본(8,847억 달러), 영국(6,407억 달러), 독일(5,336억 달러), 프랑스(5,262억 달러) 순이었으며, 한국은 G5 최하위인 프랑스의 절반 수준(52%)에 머물렀다.

조사 대상 기간 중 G5에서는 대체로 기존산업과 신산업 분야에서 고르게 M&A가 일어난 반면, 한국은 기존산업 분야에 집중된 모습을 보였다. G5의 M&A 금액 상위 4개 업종은 헬스케어(신산업), 커뮤니케이션(신산업), 산업재(기존산업), 필수 소비재(기존산업)인데, 한국은 이 중 산업재(기존산업)에서만 강세를 보였으며, 헬스케어(신산업) 분야의 M&A 실적은 없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 독일은 헬스케어, 일본, 영국은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M&A 금액이 가장 컸으며, 프랑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산업재 분야의 M&A 금액이 1위를 기록했다.   

[출처=전국경제인연합회]
[출처=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 유환익 산업본부장은 "과거에는 기업들이 신산업 진출을 위해 회사를 직접 설립했지만, 지금은 M&A를 통한 진출이 트렌드가 되었다. G5가 M&A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G5에 비해 M&A가 상대적으로 부진한데, M&A를 저해하는 제도적 환경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며 유망 중소벤처기업이 M&A를 통해 대기업집단으로 편입되면 지주회사 규제, 계열사 간 지원행위 금지 등 각종 대기업집단의 규제 대상이 된다. 우리 기업이 적극적인 M&A를 통해 신산업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 외에도 기업들이 M&A를 꺼리는 이유로는 값비싼 인수 대가에 따른 승자의 저주 우려도 있다. M&A는 유상증자보다 훨씬 빠르게 자산 규모를 증식할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건설업계 대어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08년 대한통운을 4조1000억원에 인수하며 재계 7위까지 단숨에 뛰어올랐다. 하지만 10조원이 넘는 값비싼 인수 금액의 후유증과 글로벌 금융위기,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오너가의 알력 다툼으로 큰 위기를 맞이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무려 3668%로, 기업의 적정 부채비율(200%)의 18배를 뛰어넘는다.

이외에도 SK의 하이닉스 인수, 카카오의 멜론 인수, 최근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도 값비싸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일각에선 'M&A는 기업사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기업사냥꾼과 결탁해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다툼은 과거부터 빈번하게 시도되고 있고, 이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기 위해 되려 기업가치를 떨어뜨려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경우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이 경영권을 뺏기 위해 적대적 M&A를 추진할까 우려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국내 M&A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작년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M&A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00대 기업은 최근 3년간 총 53조원 이상을 투입해 346개 기업을 M&A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M&A에 사용된 금액은 28조228억원으로, 작년(12조6099억원)보다 배 이상 많았다. 해당 기간까지 인수된 건도 126건으로, 전년 대비 30건(31.3%) 늘었다. 이중 SK그룹과 카카오는 국내외 다양한 기업들을 M&A하며 몸집을 빠르게 불리고 있다. SK그룹은 지주회사와 소속 계열사들이 지난해 20건의 M&A에 12조120억원을 투자해 인수 건수와 규모 면에서 다른 그룹들을 압도했다. SK그룹과 카카오의 계열사 수(지난해 5월 기준)는 각각 148개, 118개로 국내 1위, 2위다. 

M&A. [출처=연합뉴스]
M&A. [출처=연합뉴스]

여기에 올해부터 대기업 지주사가 금융회사 성격의 기업형벤처캐피탈(CVC·Corporate Venture Capital)을 계열사로 둘 수 있게 되면서 대기업의 벤처 투자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GS가 CVC 설립을 발표했고 SK와 LG도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 벤처 투자를 넘어 미래 성장동력 사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9년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선택했을 만큼 각별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당초 금융지주사가 아닌 일반지주사는 CVC를 보유할 수 없는 규제에 가로막혀 있었지만,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CVC 설립 규제를 완화하고, CVC 펀드의 외부자금 조달비율을 법상 최대한도인 40%로 설정하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해 숨통이 트였다. 

재계에선 M&A 시장과 벤처투자가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선 '최소 허용 규제'가 아닌 '최소 규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최소 허용 규제는 법률 등에서 최소한으로 허용하는 것 외엔 모두 금지하는 만큼 규제 강도가 높다. 반면 최소 규제는 안 되는 것을 최소로 정하고 그 외엔 모두 허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기업으로선 최소 규제가 부담이 훨씬 덜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모래 놀이터처럼 기업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도록 기존 규제를 면제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 3년을 맞았다"며 "규제 샌드박스 같이 안되는 것은 최소한으로 정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M&A 시장 활성화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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