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 시행] '첨단전략기술' 지정되면 공익 제보도 5년 징역? "심각한 알권리 훼손"
[반도체특별법 시행] '첨단전략기술' 지정되면 공익 제보도 5년 징역? "심각한 알권리 훼손"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2.11 07:47
  • 수정 2022.02.1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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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중인 산업기술보호법 유사조항 비해 처벌수위 높아
"핵심기술 보호라는 미명 하에 사업장 문제 은폐 돕는 꼴"
"반도체 산업 보호·지원 이유로 국민 알권리 가로막아"
반도체 공정. [출처=연합뉴스]
반도체 공정. [출처=연합뉴스]

반도체와 코로나19 백신, 2차전지 등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 시민사회에서 독소 조항이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관련 시민단체로 구성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다산인권센터 등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안(반도체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시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반발했다.

반도체 특별법은 국가·경제 안보와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과 관련 산업 육성·보호를 목표로 한다. 지정요건에 부합하는 산업기술을 심의·의결을 거쳐 전략기술로 지정하는 것이다.

지정 요건은 ▲산업 공급망 및 국가·경제안보에 미치는 영향 ▲성장잠재력과 기술난이도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산업적 중요성 ▲수출·고용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총 5가지다. 미·중 패권 전쟁 등으로 공급망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신속히 확보하기 위해 1분기 중으로 전략기술 선정작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전략기술로 선정이 되면 투자, R&D, 인력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투자 촉진을 위해 특화단지 인·허가를 신속히 처리하는 특례, 특화단지 우선 기반시설 구축, 민원 처리, 펀드 조성, 세액공제 등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기술보호 조치도 강화해 기술수출, 기업의 인수·합병 등이 있는 경우 산업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은 "정당한 목적이라도 국가첨단전략기술이 포함된 정보를 공개하거나 사용하면 처벌하도록 했다"는 독소조항을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와의 등 단체와의 지난해 12월 공동성명을 통해 "2019년 8월 국회는 산업기술보호법(이하 산기법)을 개정하여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모든 정보가 은폐되도록 했고, 산업기술이 포함된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면 처벌받도록 했다"고 언급했다.

또 "국가핵심기술 보호라는 미명 하에, 그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로 하여금 사업장 관련 문제를 합법적으로 은폐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줬다"며 "그런데도 국회는 시민사회 반대에도 특별법(반도체 특별법)을 만들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제공 목적 외 사용 행위에 대한 처벌수위는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독소 조항들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두 법 모두 공공연하게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입법 이유로 내세웠다"며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중요한 만큼, 그 산업이 지금껏 일으켜온 직업병 문제, 환경 문제, 영업비밀 문제도 중요하다. 국회는 이번 특별법 추진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그럼에도 특별법이 지난달 11일 본회의를 통과되자 대책위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대책위는 "국가첨단전략기술에 선정되면 자동으로 국가핵심기술이 된다"며 "생명 안전을 위한 활동 등 정당한 목적을 위해서라도, 취득 목적 외로 국가첨단전략기술이 포함된 정보를 공개하거나 사용하면 처벌하도록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종전의 산기법보다 반도체특별법이 처벌 수위가 높은 점을 지적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산기법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억 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처벌 조항이 있는데, 특별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높아졌다"며 "처벌 수위도 높아졌는데 영향 받는 정보 범위도 반도체를 넘어 '국가첨단전략기술'이라는 명목 하에 확장됐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산자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산기법 통과에 대해 반성하겠다고 약속했으면서 오히려 강화된 법안이 통과된 것"이라며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좋은 법으로 비춰질 수 있는데 실제로 들여다 보면 처벌도 높고, 기업이 주장하면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어 "생명과 안전은 훼손이 되면 되돌릴 수 없는 권리인데 생명권을 위협받는 정보조차도 이 법에 따르면 유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수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산기법 통과 전만 해도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작업환경보고서가 오랜 소송 끝에 개인정보만 가리고 다 공개하라는 판결을 받았다"면서도 "산기법은 이런 판결을 받아도 취득 목적 외로 사용하면 처벌하도록 한 만큼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특별법은 산기법과 유사한데 더 강화된 법안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더 처벌이 강화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활동가는 "앞으로 산기법과 특별법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계속 행동할 것"이라며 "대선 후보 초청하는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을 9일 오후 1시부터 서울시의회 앞에서 진행하는데, 산재 피해자들 편지를 후보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선 후보들에게 산기법과 특별법 의견을 묻는 질의서도 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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