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빨간줄 1호 오명 피하라”…건설업계, 연휴 앞두고 몸 사리며 초긴장
[중대재해법] “빨간줄 1호 오명 피하라”…건설업계, 연휴 앞두고 몸 사리며 초긴장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01.28 07:46
  • 수정 2022.01.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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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본격화…사망사고 발생 ‘사업주·경영자’ 처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 날…대형건설사, 건설 공사 현장 일제히 멈춰 세워
처벌 1호 오명 피하려 안간힘 …몸 사린 건설업계 “설 연휴, 휴업 내지 안전점검”
중견·중소 건설사, 중대처벌법에 발동동…오너일가, 처벌 피하려 ‘전문경영인’ 꼼수
건설업계 일각 “처벌1호 되면 빨간 줄 각오…지켜야 할 법 규정 명확히 안내해야”
국내 한 건설현장. [사진출처=연합뉴스]
국내 한 건설현장. [사진출처=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1월 6일 국회를 통과한 이후 1년 만이다. 산업 현장별로 조금씩 편차가 있지만 특히 산재 사망이 비일비재한 건설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건설업, 산업, 일반 사무직 등 업종에 관계없이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인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다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인 사업장이나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 현장은 2년의 유예기간을 적용해 2024년 1월 27일부터 법이 적용된다.

건설업계는 특이 예의주시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신설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에 따르면 올해 1월27일부터 상시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이거나 시공능력 상위 200위 이내 건설사업자는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만약 법을 어기거나,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쉽게 말해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에 대한 책임권을 부여한 것이 주요 골자다.

건설 현장에 세워진 타워크레인. [출처=연합뉴스]
건설 현장에 세워진 타워크레인. [출처=연합뉴스]

이에 건설현장 곳곳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1호 오명을 어떻게든 피하고자 일제히 공사를 중단했다. 10대 주요 건설사 중 절반 가량 법 시행에 맞춰 오늘부터 휴무에 돌입한 것이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두고 전국 공사장 가운데 약 절반은 작업을 중단했으며, 일부 건설사들은 설 연휴 포함해 최장 10일 간 작업을 멈춘 채 안전점검을 나선 것이다.

혹시 모를 위험요인은 원천 차단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해서다. 업계는 부랴부랴 안전 대응 관리자를 대폭 확층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 곳곳에서 불안은 여전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처벌 1호가 되는 순간 기업 브랜드에 가해지는 타격이 너무 크다보니 건설사들 대부분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며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대형사고까지 발생했던 터라 당분간은 대부분 현장에서는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는 우려했던 공기 지연 문제는 발생하지 않지만, 앞으로는 경영자를 형사처벌까지 부과할 정도로 강도가 센 법이 만들어진만큼 앞으로 더 심한 ‘꼼수’를 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말했다.  

 

국내 한 공사현장에 놓여져 있는 안전모와 안전장갑. [사진출처=연합뉴스]
국내 한 공사현장에 놓여져 있는 안전모와 안전장갑. [사진출처=연합뉴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 대부분 중대재해처벌법을 의식해 현장 작업을 중단하거나 특별 현장 안전관리 점검에 나선 모습이다.

삼성물산은 오는 28일까지 안전관리 특별 강조기간으로 지정해 모든 공사현장에서 특별 안전점검을 일제히 진행하며, 앞서 중대재해처벌법 이 시행된 27일에는 전체 임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안전보건 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현대건설 역시 현장 자재를 정리하고 청소하는 ‘환경의 날’로 정하고 대대적인 공사 현장 정비에 나섰다. 또 28일에는 안전교육 및 안전사항들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안전워크샵을 진행하며, DL이앤씨도 각 공사 현장에서 동시에 안전점검을 실시한 데 이어 본사에서는 협력업체와 함께 안전 워크샵을 진행했다.

대우건설은 공사 현장에 한해 27일부터 휴장하며, 현장 상황에 따라 다음 달 3~4일까지 최대한 휴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건설 역시  전국 건설현장에 27~28일 휴무 권장 지침을 내렸다. 설 연휴 전후에 본사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침을 정한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회사 차원에서 29일부터 작업중지를 권고한데 이어, 현장 여건 별로 설 연휴 이후에도 휴무를 권고하토록 했다.

건설사 사망사고 CG. [출처=연합뉴스]
건설사 사망사고 CG. [출처=연합뉴스]

반면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규모가 있는 대기업은 그나마 준비할 시간이라도 있었지만 중소건설사들은 안전 관련 인력을 뽑거나 기술 등에 투자할 여력조차 없어 대응에 나설 만한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중소형 건설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자구책 마련에 나서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50인 규모의 중소 건설사들은 중대형 건설사와 달리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력이 열악한 데다가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관리 인력을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그마저도 중대형 건설사들이 선제적으로 인력을 가로채다보니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안전관리자를 채용해야 함에도 안전기사자격증을 보유한 인력이 마땅치 않은 데다 안전점검 수요가 폭증하면서 귀한 몸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한 중소 건설업체 사장은 “회사 측에서 아무리 주의를 줘도 건설현장 곳곳에서는 현장작업자들이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거나, 안전 예방관리 지침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고가 일어났다는 자체만으로 경영진만 엄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근로자 사망사고 CG. [사진출처=연합뉴스]
건설현장 근로자 사망사고 CG. [사진출처=연합뉴스]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장악한 일부 중견중소 건설사들 창업주들은 회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정도로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창업주와 오너일가 대신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대신 처벌을 받도록 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를 놓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대한건설협회 회장직을 겸임했던 김상수 한림건설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으며, 태기전 한신공영 부회장, 권민석 IS동서 사장도 최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놓고 논란에 휩싸인 건설사는 “전문 경영인이 책임 경영을 함으로써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인사”라고 해명했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오너들이 욕을 먹으면서까지 대표이사직이나 등기이사 자리를 내려놓으면서까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자체가 처벌 오명을 쓰기 두렵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오너가 결단에 의해 결재되는 비율이 대부분인 만큼 오너가 징역형에 준하는 형사처벌을 받으면 회사가 고사 직전에 놓일 정도로 치명적인 위기를 겪게 되는 만큼 현실적으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햇다.

중대재해처벌법. [출처=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출처=연합뉴스]

중소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중대재해법 시행 유예기간을 두거나 추가적인 보완 입법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53.7%가 “시행일에 맞춰 법적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50~99인 사업장을 중심으로 현실적으로 대처가 어렵다는 응답율이 60.7%로 높았다.

시행일에 맞춰 의무 준수가 어렵다고 한 이유는 ‘의무이해 어려움’이라는 답변이 40.2%로 가장 많았으며, ‘전담인력부족’(35.0%)도 비중이 높았다. 정부 지원이 시급한 내용에 대해서는 ‘업종별·작업별 매뉴얼 보급’이라는 답이 29.9%를 집계됐으며, ‘안전설비 투자비용 지원’ 25.3%, ‘업종·기업 특성 맞춤형 현장컨설팅 강화’ 24.5% 등이 뒤를 이었다. 입법 보완 필요사항에는 ‘고의·중과실 없을 경우 처벌 면책 규정 신설’이 74.5%로 앞도적으로 높았다.

아울러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중대재해법 규정은 안전 관리 체계 구축,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관리상 조치 의무 등의 근거가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법 규정을 해석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비용·현실성 문제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주 입장에서는 조문대로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를 지켜야 하는데 건설만 해도 수많은 법령이 적용되는 만큼 각 건설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한 규정을 지켜야 하는지 명확하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50인 이상 제조기업 절반 이상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고 법상 의무사항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워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며 “사업주 책임이 매우 강한 법인만큼 현장 중심의 지원을 강화해 법 준수 의지가 있는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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