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공사 진단] 정부당국, HDC현산 '등록 말소‧퇴출' 카드 만지작…공사비 후려치기 만연
[부실공사 진단] 정부당국, HDC현산 '등록 말소‧퇴출' 카드 만지작…공사비 후려치기 만연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01.19 18:25
  • 수정 2022.01.1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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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현장에 곳곳에 도사리는 ‘불법재하도급’…논란 중심에선 HDC현산
건설산업기본법상 고의· 과실 시공업체 ‘최장 1년’ 영업정지 or 등록말소
경찰 조사 결과 화정아이파크 현장 콘크리트 타설 ‘대리 시공’ 정황 포착
관행처럼 이뤄는 ‘불법재하도급’ 비일비재…원청→하청→재하청 구조
단가 후려치기 만연…광주학동 재개발현장 철거 공사비 ‘50억→9억’ 줄어
안팎에서 무너진 광주 서구 화정현대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외벽 전경. [사진출처=연합뉴스]
안팎에서 무너진 광주 서구 화정현대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외벽 전경. [사진출처=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참사와 이달 광주 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 등 대형 참사를 야기한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사회적 책임론이 커진 탓이다. 원도급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2곳 공사현장에서 불법으로 이뤄진 재하도급 상황을 인지했으면서 묵인한 것으로 알려져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국토부 등 정부당국이 퇴출에 버금가는 행정적 처분을 예고한 터라 처벌 수위가 어느정도가 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현장 점검을 통해 부실시공 업체가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公衆)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건설업 등록말소’나 ‘1년 이내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산업안전법 상으로 중대재해(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해당 기업에 대해 6개월 이내 영업정지가 가능하다.

노형욱 장관은 지난 17일 국토교통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서 나오는 결과를 토대로 거기에 부합하는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며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반복된 사고가 일어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모든 법규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이후 규정에 따른 가장 강한 페널티(불이익)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 과정에서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하도급 문제나 감리, 공사관리 등의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모두 공개할 것”이며 “언론에서 지적하는 무리한 공기(공사기간)단축, 안전불감증, 부실시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강경 조치를 예고한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광주 서구 학동 재개발 철거 붕괴 사고를 겪었다면 회사 내 모든 임직원들이 안전 사고가 재발한다면 퇴사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불과 7개월 만에 비슷한 형태의 사고가 터졌다는 자체가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가운데)과 HDC현대산업개발 경영진들이 광주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를 일으킨 것과 관련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가운데)과 HDC현대산업개발 경영진들이 광주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를 일으킨 것과 관련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그러나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참사와 관련 공사 사업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과 경영진 측에 형사 처벌에 준하는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달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 등 경영진들은 처벌을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만약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인 27일 이후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HDC현산 경영진도 원칙적으론 법규정에 따라 처벌할 수 있지만 아직 시행을 앞둔 터라 원청인 HDC현산 경영진 측에 책임을 묻기엔 법적 구속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해 이같은 내용의 불법 하도급 근절 방침을 세웠음에도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건물해체공사 붕괴사고와 지난 11일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외벽붕괴 사고의 원인이 건설업계 여전한 고질적인 병폐로 손꼽히는 '불법 하도급' 때문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사고와 관련 HDC현산이 신축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콘크리트 타설 작업 역시 불재하도급 형태로 이뤄진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건설업계와 경찰 조사에 따르면 콘크리트 타설 업무는 전문건설업체인 A사가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붕괴 당시 타설 작업을 하고 있던 8명의 작업자는 모두 A사가 아닌 B사 소속의 직원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B사는 레미콘으로 반입된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올려주는 장비(펌프카)를 갖춘 업체이며, A사에 장비를 대여해주는 임대 계약을 체결한 곳이다.

이렇게 되면 원칙적으로 B사가 장비를 이용해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옮겨주면 타설은 전문성을 내세워 골조 계약을 맺은 전문건설업체 A사가 직접 시공해야 한다. 그러나 A측은 공사비를 아끼고자 B사는 콘크리트 운반과 함께 타설까지 일괄적으로 업무를 부여한 것이다. 쉽게 말해 B사의 직원들이 ‘대리 시공’까지 직접 한 셈이다.

지난 11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되기 10분 전에 찍힌 현장 모습. 콘크리트 타설작업 도웅 거푸집이 두둑하는 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 11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되기 10분 전에 찍힌 현장 모습. 콘크리트 타설작업 도웅 거푸집이 두둑하는 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불법 재하도급 꼼수를 피하고자 장비 임대 계약과 용역 계약을 이면으로 체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표면적인 계약 관계는 ‘불법 재하도급’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재하도급의 구조를 드러낸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대부분 장비를 빌려주는 펌프카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아예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콘크리트 타설 회사가 (타설 비용 포함된 금액까지 포함해) 세제곱미터당 단가를 정해 펌프카 회사에서 공사를 진행를 진행하는 것이 업계 관행”며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공사장 역시 다른 현장과 거의 유사한 방법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고 현장을 대리 시공한 업체는 인건비가 싼 중국인을 고용해 일하는 곳 유명한 업체”라며 “기술적이고 숙련된 공업자가 아닌 허술한 타설 공사인력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런 방식의 편법 재하도급 형태는 비일비재하며, 관행처럼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한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출처=연합뉴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출처=연합뉴스]

지난 6월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붕괴사고를 야기한 원인도 결국 불법재하도급에서 촉발됐다.

사조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원도급자는 HDC현산, 하도급사는 한솔기업이었는데 한솔기업은 다시 백솔건설에 재하도급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원도급사인 HDC현산이 이같은 재하도급 상황과 무리한 해체 방식 등의 현황에 대해 사전에 인지한 것도 함께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일반 건축물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자 조합 측과 50억원에 계약을 체결한 이후 서울 소재 한솔기업에 하청을 준 것이다. 이후 한솔은 다원이앤씨에게 공사를 주는 댓가로공사비를 7대 3으로 나누는 이면계약을 맺은 뒤 광주지역 백솔건설에 다시 불법 재하청을 준 것이다. 

불법 하도급으로 인해 광주학동 재개발 현장의 철거 공사비는 최초 50억원에서 11억원으로, 다시 9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평당으로 환산하면 원도급사가 28만원에 수주한 3.3㎡당 공사비는 하수급인으로 넘어가면서 10만원으로 감소했으며, 이를 재하수급 업체로 다시 한번 하도급을 주면서 4만원까지 줄었다.  

이영욱 사조위 위원장은 "현대산업개발이 이런 해체공사 공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었다"며 "그러한 전체 과정을 묵인하고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관련 정보들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10일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대시민 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해 6월 10일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대시민 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앞서 권순호 HDC현산 대표이사는 지난해 6월10일 기자회견에서 재하청 의혹과 관련 “한솔기업과 계약 외에는 저희는 재하도급을 준 사실이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권 대표의 이같은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온 것이다. 

‘하도급 업체 공사비 후려치기’ 문제 역시 관행이라는 지적이다. 통상 건설 프로젝트는 종합건설 면허가 있는 대형 건설사가 수주하지만 실제 현장에 상주하는 본사 직원이 설계와 관리 책임을 맡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현장에는 골조, 전기, 소방, 타설 등 수십 여개 공종으로 분류된 하청 전문건설사 근로자들 수백명이 참여하는데 이들 대부분 시공사가 최저입찰제로 발주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다 보니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지역 별 아파트 분양가를 보면 평균 1500만원~4000만원 정도지만 협력사들 입장에서는 급등한 분양가와 무관하게 최저 공사 비용으로 공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실제 공사현장에서 공사비를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모든 수익이 시공사와 시행사·발주처 몫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최상층 콘크리트 타설하던 중에 23~38층까지 16개 층 내·외부 일부 구조물이 무너지는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신축 공사장에서는 당시 타설 작업 중이던 작업자 8명은 모두 대피했으나 그 아래에서 창호 등 공사에 투입된 현장 작업자 5명이 실종됐으며, 사고 9일째인 이날까지 1명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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