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자립화] "한일관계, 현명한 '오월동주'가 필요할 때"
[소부장 자립화] "한일관계, 현명한 '오월동주'가 필요할 때"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1.19 07:51
  • 수정 2022.01.1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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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반도체 부문에서 일본을 앞지른 것은 1980년대 삼성전자를 필두로 반도체를 본격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 30년 만의 일이었다. 2017년에는 반도체 기업 매출 1위까지 탈환했지만 일본과의 적자 무역은 계속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대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 완전 국산화가 꼭 필요한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조성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출처=용인시]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조성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출처=용인시]

정부가 올해 '국가 연구·개발(R&D) 100조 시대'에 맞게 과감히 투자하겠다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술을 국산화하겠다고 호언했다. 업계에선 기본적으로 이런 국산화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지만, 완전 국산화와 수입처 다변화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한일 협력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신년하례식에 참석해 "연구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더 넓게 보장하면서 '국가 연구·개발(R&D) 100조 시대'에 걸맞게 과감히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총리는 이날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 수출 규제를 언급하며 "공학기술인 여러분의 기술개발과 혁신으로 우리가 그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꿔서 소부장 분야의 많은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대한민국이 글로벌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제 안보를 더욱 견고하게 할 수 있었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견인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기술개발과 혁신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해달라"고 당부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소부장 국산화를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중소기업 '위드웨이브' 사옥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투자형 기술개발사업' 협약(MOU)을 맺었다. 협약을 통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삼성전자는 각각 150억원을 출연, 총 3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중소기업의 신기술 개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작년까지 100억원을 투입해 친환경, 신소재, 설비·핵심 부품 국산화 관련 선행 기술을 개발하는 31개 중소기업을 지원했다.

SK하이닉스도 소부장 협력회사 대상 기술협력 누적투자 3조 원 달성, '위두테크(We Do Tech)' 참여 협력사 전체의 매출 증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위두테크는 SK하이닉스가 착공을 준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에 조성되는 상생 인프라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인 처인구에 약 416만㎡의 국내 최초 반도체 집적화 단지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SK하이닉스의 50여개 소재·부품·장비 협력사와 함께 반도체 협력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2월 1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중소기업 '위드웨이브' 사옥에서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을 위한'공동투자형 기술개발사업' 협약(MOU)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위드웨이브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중소기업 '위드웨이브' 사옥에서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을 위한 '공동투자형 기술개발사업' 협약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위드웨이브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기업들이 국산화 지원에 동참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대일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일본은 반도체 생산 능력은 떨어지지만 반도체 소재·장비 분야에서는 패권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 공장을 지으면 소재와 장비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 일본 기업의 세계 실리콘웨이퍼 점유율은 60%, 레지스트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노광장비 또한 ASML에 크게 밀리긴 하지만 나머지 점유율을 니콘·캐논이 채우고 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도 일본은 여전히 주요 수입처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극자외선(EUV) 공정에 필요한 불화수소는 수출규제 이후 대일 의존도가 43.9%에서 작년 1~5월 13.0%로 크게 줄긴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작년 8월 "문 대통령의 말대로 불화수소의 일본 의존도는 명확하게 하락했다"며 일본 업체인 스텔라케미파 및 모리타(森田)화학공업의 대한국 수출이 감소하면서 삼성전자가 출자한 솔브레인, SK머티리얼즈 등 한국 기업 제품의 불화수소로 대체된 것"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다만 같은 기간 포토레지스트는 91.9%에서 85.2%에 그쳐 의존도가 매우 높다. 신문은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한국 정부가 벨기에에서 수입이 늘면서 다변화를 꾀했다고 했지만, 벨기에도 일본의 JSR 자회사에서 포토레지스트를 구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벨기에가 일본에서 수입한 포토레지스트는 2019년 7월을 기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에선 대일 의존도를 줄이라며 '소부장' 자립 성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R&D는 단기간에 결코 성과를 낼 수 없고 오랜 기간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만큼 세제 지원 등 지속가능한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 TSMC로 대표되는 대만과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무역 비중에서 중국·미국산은 큰 변화가 없는데 대만산은 크게 늘어나고 있어 경쟁 상대만이 아닌 다각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냉랭한 한일 관계에도 사업 부문에선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SK그룹은 지난달 29일 일본 화학전문기업 도쿠야마사와 합작으로 1200억원을 투자해 연간 3만톤수준의 반도체용 고순도 IPA 생산·판매 합작법인을 울산에 설립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를 바탕으로 국내 고순도 IPA시장에서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일 기업이 각자 강점을 살려 시너지를 극대화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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