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자립화] 국내 기업들, 30년 만에 日꺾고 '반도체 독립' 외치다
[소부장 자립화] 국내 기업들, 30년 만에 日꺾고 '반도체 독립' 외치다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1.19 07:50
  • 수정 2022.01.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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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반도체 부문에서 일본을 앞지른 것은 1980년대 삼성전자를 필두로 반도체를 본격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 30년 만의 일이었다. 2017년에는 반도체 기업 매출 1위까지 탈환했지만 일본과의 적자 무역은 계속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대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 완전 국산화가 꼭 필요한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일본의 존재는 핵심 거래처이자 동시에 계륵인 존재다. 일본과의 교역에서 소재·부품 등 수입은 계속되는데 수출 규모는 제자리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격차를 필두로 한 수십년 간의 혁신 끝에 일본을 추월한 지 어느 덧 9년이 됐다. 하지만 일본과 적자 무역이 계속되는 일본은 아직도 넘어야 하는 산이다. 정부에선 대일 의존도를 줄이라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 성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크고 필요성이 크지 않아 '계륵'으로 불린다.

1970년대 초반까지도 우리나라는 반도체의 불모지였다. 1960년대 중반까지 라디오와 일부 초보적인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수준이었다. 반도체 관련 학문을 가르친 곳도 197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문을 열면서부터다. 당시 김충기 KAIST 교수는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소규모 설비를 갖춰놓고 국내 최초로 ‘반도체공정’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그 강의를 들었다.

당시 삼성전자에서는 이건희 전 회장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이 추진됐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을 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부정적 견해와 미국·일본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냐는 자조 섞인 푸념이 팽배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페어차일드가 인원을 감축하고, 인텔·내쇼날 등이 생산 시설을 축소할 정도로 반도체 사업 전망은 지극히 어두웠다. 일본 미쓰비시 기업은 '한국이 반도체 사업을 할 수 없는 이유 5가지'를 열거하며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반도체는 선진국이라 불리는 경제대국에서나 가능했던 사업이었고 세계시장은 인텔, IBM, NEC, 히타치 등 미국과 일본 기업 위주로 판이 짜여 있었다. 그럼에도 이병철 삼성전자 회장의 사재를 털어 삼성은 한국반도체를 인수하고 본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에 나섰다. 이후 1983년 미국, 일본에 이어 64K D램을 생산했고 1995년에는 세계 최초로 256M SD램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2013년에는 드디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17년에는 미국 인텔마저 제치고 반도체 기업 매출 1위 자리를 탈환하는 데 성공한다. 이렇게 반도체 산업은 비약적인 성장을 비뤄냈지만 동시에 일본과는 불편한 관계가 이어졌다.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겼지만 여전히 일본은 주요 수입처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적자 무역이 계속돼 대일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2년 전 발발한 한일 간 무역분쟁은 여기에 휘발유를 얹은 격이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해 정부의 허가 없는 전략물자 수출을 불허했고 비민감품목에 대한 간소화 혜택도 폐지시켰다. 

반도체를 형상화한 CG [사진=연합뉴스]
반도체를 형상화한 CG [사진=연합뉴스]

올해 수출규제 3년을 맞는 국내에선 반도체 전략물자 대일 의존도가 줄었다는 평이 우세하다. 한국무역협회가 수출규제 3개 품목의 통관 수입실적을 분석한 결과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는 대일(對日) 수입 의존도가 각각 6%포인트, 33% 포인트 감소했으며 벨기에와 대만으로 수입처가 다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탈(脫)일본에 성공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세계적 화학 기업인 듀폰사가 국내에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EUV란 반도체 핵심 공정 중 하나인 포토공정에서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활용하는 리소그래피 기술로, 10nm 이하의 초미세공정부터 필수적인 기술이다.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수출 규제 품목으로 대일 의존도가 높았는데, 듀폰이 반도체 극소형화에 필요한 차세대 제품·기술 개발과 공급 다변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K-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소부장 기업들과 협력도 이어졌다. 이정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 겸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등은 작년 9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출범식을 열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의체에는 삼성·SK하이닉스 등 소자기업, 소부장 기업, 반도체 설계(팹리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패키징 기업 등 업계 대표와 반도체 분야 학계·연구기관 대표를 비롯해 총 30명으로 구성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소부장 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장관들은) 지원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 주길 바란다"며 "이제는 대일 의존도가 큰 품목들에 대한 지원을 넘어 소부장 산업 전반으로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포토레지스트 개발 업체로 '소부장 으뜸기업'에 선정된 동진쎄미켐의 이준혁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위기 극복 과정과 경험은 앞으로 소재 국산화의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소통수석도 같은달 SNS를 통해 "아직 가야 할 길과 극복할 과제는 남아있지만, 소부장 독립운동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소부장 100대 핵심부품의 대일 의존도가 31.4%에서 24.9%로 낮아졌고, 시총 1조원 이상 소부장 중견·중소기업의 수도 13개에서 31개로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함께 마침내 소부장 독립기념일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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