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통해 ‘재도약’ 기회 엿보나?”…아픈손가락 ‘두산건설’ 한숨 돌렸다
“매각 통해 ‘재도약’ 기회 엿보나?”…아픈손가락 ‘두산건설’ 한숨 돌렸다
  • 김주경 기자
  • 기사승인 2021.11.23 20:27
  • 최종수정 2021.11.2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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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자구안 '마지막 퍼즐'…두산건설 지분54%·경영권 매각
더제니스홀딩스,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로 참여…2500억원 규모
2500억원 실탄 확보한 두산건설,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재도약 기회
박태원 부회장 향후 행보도 관심사…두산건설에 남을 가능성 희박
서울 강남구 언주로 두산건설 본사 전경. [출처=두산건설]
서울 강남구 언주로 두산건설 본사 전경. [출처=두산건설]

두산그룹의 아픈손가락인 두산건설이 투자목적회사인 '더제니스홀딩스 유한회사'에 매각된다. M&A 과정에서 수차례 손바뀜 끝에 새 주인을 찾게 된 것이다. 두산건설 매각은 두산그룹을 회생시키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손꼽힌다. 매각이 완료되면 두산그룹은 지난해 6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도 약 18개월 만에 조기 졸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두산건설은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성공해 10년 간 부진을 딛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편 박태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두산건설의 매각이 마무리됨에 따라 두산건설에 적을 두려는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다만 인수자 측은 현재의 경영진은 당분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19일 이사회를 열어 국내 사모펀드(이하 PEF)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이 최대주주로 있는 투자목적회사 ‘더제니스홀딩스 유한회사’에 두산건설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했다.

쉽게 말해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경영권을 ‘큐캐피탈-신영증권PE-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재무적투자자(FI)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합의한 것. 매각금액은 2500억원 규모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건설 지분 가운데 54%를 매각하는 방식이며, 나머지 46% 지분은 두산중공업이 계속해서 보유하게 된다.

더제니스홀딩스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쿠캐피탈파트너스 등이 최대주주로 있으며, 큐캐피탈은 중소·중견기업 투자에 특화된 운용사다. 앞서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비비큐, 노랑통닭, 카카오VX 등에 투자한 바 있다.

2500억 규모의 유상증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본확충에 의한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 및 운영자금 확보를 통해 투자여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발행규모는 보통주식 1억8261만5048주이며, 발행 신주는 교부일로부터 1년간 한국예탁결제원에 전량 보호 예수를 하는 방식이다.

원래 두산건설은 두산그룹이 산업은행과 재무약정을 체결한 직후부터 매각 1순위로 손꼽혔다. '㈜두산→두산중공업→두산건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지만 실적 부진으로 인해 두산중공업으로부터 꾸준히 지원을 이끌어냈으며, 끝내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야기한 원인이 됐다.

두산건설이 발생시킨 적자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 침체로 인한 할인분양과 10년간 쌓인 장기 미착공 사업장의 금융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실제 2013년 준공한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의 경우 할인분양에 따른 비용이 1646억원 발생했다. 울산 대현 주택사업 역시 2006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으로 인해 1550억원 비용이 발생했으며, 이후 10년 만인 2015년 분양했지만 1437억원의 손실이 반영돼 실적에 악영향을 준 것.

성남 판교 두산그룹 전경. [출처=두산그룹]
성남 판교 두산그룹 전경. [출처=두산그룹]

두산건설 매각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을 위한 핵심 열쇠이자 그룹 구조조정의 마지막 퍼즐로 평가받는다. 이번 두산건설 매각이 마무리되면 두산그룹은 채권단 관리를 졸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두산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두산건설 경영권을 국내 사모펀드(이하 PEF)에 매각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계획도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거래가 완전히 종료되는 대로 두산건설을 계열회사에서 제외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두산건설 매각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정원 회장의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는 동시에 그간 지속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게다가 악성 채무 계열사에 대한 '폭탄 돌리기'는 그룹 존망에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채권단의 압박도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더제니스홀딩스 유한회사가 개선된 재무구조를 토대로 두산건설의 가치를 끌어올린 뒤 이익을 실현하는 시점이 되면, 두산중공의 지분 이익도 커지게 된다”면서 “향후 보다 나은 가치로 지분매각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딜 구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두산건설은 이번 유상증자를 계기로 25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하게 돼 재기를 위한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두산건설은 2008년도 외환위기 이후 대형 프로젝트의 사업성 악화와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 미분양사태로 인해 경영난에 봉착한 이후 수년간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안정화에 집중해왔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이후 그해 6월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재무구조 개선 약정은 자금 지원을 받은 댓가로 채권단에 구조조정을 약속한 것이다.

두산그룹 입구. [출처=연합뉴스]
두산그룹 입구. [출처=연합뉴스]

두산그룹은 2023년 6월까지 빌린 돈을 갚기로 했으며, 채권단은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담보로 잡은 5조6500억원 규모의 두산 자산을 처분해야 한다.이에 두산은 핵심 사업과 자산 모두 잇따라 매각하게 된다.

지난해 8월 클럽모우CC(1850억원) 매각을 기점으로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두산모트롤BG(4530억원) 등에 이어 올해 8월에는 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중공업그룹에 8500억원에 매각하면서 자금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올해 9월 기준 채무 잔액은 7000억원대 수준으로 줄었다.

차입금도 양호한 수준이다. 2010년도 약 2조 4000억원의 총차입금과 1조 7000억원대의 순차입금이 올 3분기 각각 2100억원, 1000억원 대로 대폭 축소됐다.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두산건설의 부채비율은 429%에서 236%로 낮아지게 돼 대내적 경영리스크 부담을 한층 덜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무려 193%포인트가 축소되는 셈. 이로 인해 신용등급,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등도 상승할 것으로 관측되며, 발주처 기피 등의 악재 요인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향후 수주 영업의 경쟁력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 [출처=두산건설]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 [출처=네이버 이미지 캡처]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서는 두산그룹이 소유한 중앙대학교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박태원 부회장은 박용현 이사장의 장남이라는 점에서다. 두산그룹은 지난 2008년 중앙대학교를 인수한 후 박용성 전 회장이 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했으며, 2016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에 박용현 회장이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한편 박태원 부회장은 1994년 두산유리에 입사해 그룹에 합류했고, 2006년 두산건설로 자리를 옮겨 부회장으로 올라선 것이다.

다만 중앙대학교 이사진 가운데 임기가 임박한 사람이 없다는 점은 변수다. 이사장 내지 기존 이사의 결원이 발생해야 박태원 부회장의 이사진 진입이 가능한 구조다. 중앙대학교의 정관상 총 12명의 이사진을 선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박용현 이사장, 이재경 전 두산건설 회장, 고석범 전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등 총 12명의 이사진이 전부 포진되어 있어 곧바로 자리 이동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산건설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진호 대표 등 두산건설의 실질적인 경영진은 자리보전할 가능성이 있지만 박정원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오너일가는 두산건설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수자 입장에서도 오너일가가 남아서 경영권을 견제하는 상황이 탐탁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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