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 경관 침해 논란 ①] 공사중단 명령에도 버티는 '대방건설·대광건영·금성백조'…3400가구 운명은?
[왕릉 경관 침해 논란 ①] 공사중단 명령에도 버티는 '대방건설·대광건영·금성백조'…3400가구 운명은?
  • 김주경 기자
  • 기사승인 2021.10.19 09:47
  • 최종수정 2021.10.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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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검단신도시 내 일부 아파트 3400가구…문화재청 허가 없이 세계문화유산 ‘김포 장릉’ 일대 무단 건립
문화재청, '대방건설·대광건영·금성백조' 공사 중단 명령…2017년 문화재법 시행령 개정 ‘논란 불씨’ 키워
개정된 ‘문화재법 시행령’ 뭐길래?…'문화재 보존지역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 심의받아야
서울행정법원, 3곳 건설사 신청 ‘가처분’ 다른 처분…‘금성백조·대광건영’ 공사중단·‘대방건설’ 공사진행
논란 휩싸인 '아파트 철거' 놓고 여론 팽팽…"허가없이 지은 아파트 철거 VS 장릉 세계문화유산서 제외해야"
건설사 3곳 제시한 개선책 도마 위에 올라…'문화재 보존 차원 외벽 색깔 수정가능하나 철거·층수 변경 불가"
문화재청 '최악의 경우 철거' 입장 완고…건설업계 "공사 허가권 내준 지자체 측 책임 돌리는 행위 적절치 않아"
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 전방에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출처=연합뉴스]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 전방에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출처=연합뉴스]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김포 장릉의 경관을 침해하는 3400여가구의 아파트를 모두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 측은 철거할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근 논란에 휩싸인 부분은 특히 인조의 무덤인 왕릉의 경관을 헤친다는 점이다. 파주 장릉에서 김포 장릉, 계양산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경관을 둘러싼 김포 장릉과 계양산 사이에 고층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경관을 가린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논란이 일고 있는 아파트를 건립한 건설사들은 기와 지붕을 올리거나 아파트 외벽 색깔을 변경해 문화재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공을 강행하겠다는 내용을 개선책으로 내놔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논란에 휩싸인 단지는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내 대광로제비앙(대광건영·735세대), 디에트르에듀포레힐(대방건설·1417세대), 예미지트리플에듀(금성백조·1249세대) 등이다. 이 곳에만 총 3400여 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는 서구에 마전동, 당하동, 원당동, 불로동 일대의 지역에 있는 일대의 18만명 인구가 들어오는 대도시다, 이 중에 이번에 문제가 되는 단지도 그 중에 일부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지난달 초 검단신도시에서 아파트를 건설 중인 대방건설과 대광건영, 금성백조 등 3곳 건설사를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문화재 보호법 13조와 35조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문화재로 인가받은 500m 반경 이내 조성되는 높이 20m 이상 지어지는 아파트에 대해 문화재청으로부터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는 사적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을 짓는 과정에서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판단이다.

이에 서울행정법원은 왕릉 주변에 공사를 강행 중인 건설사 3곳(대방건설·금성백조·대광건영)이 공사 중지 명령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2건(금성백조·대광건영)에 대해서는 기각 처분했으며, 1건(대방건설)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2개 아파트 단지(1900세대) 23개 동 중 금성백조와 대광건영이 짓는 12개 동에 대한 공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중단됐으며, 대방건설이 시공하는 11개 동은 인용 결정돼 문화재 보존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공사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해당 아파트들은 현재 20층이 넘는 꼭대기 층까지 골조 공사를 완료했으며, 내년 중순께 입주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고발당한 건설사들은 문화재청 심의를 누락한 것이 아니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관할 지자체로부터 모두 경관심의를 받아 공사를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4년 공동주택(아파트) 부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김포시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해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았으며, 관할 지자체인 인천 서구청에서도 2018~2019년 건축 허가를 받았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의 무덤이 있는 김포 장릉은  사적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출처=연합뉴스]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의 무덤이 있는 김포 장릉은 사적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출처=연합뉴스]

게다가 이들 건설사들은 2017년 1월 새롭게 개정된 '문화재 보존지역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문화재청이 개별 심의한다'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규정이 생겨난지 몰라서 생긴 혼선이라는 것이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다.

쉽게 말해 처음 허가권자와 중간에 법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허가권자가 달라서 발생한 논란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문화재청은 인천도시공사의 현상변경 허가 신청은 택지 개발에 대한 내용인 만큼 건축물에 대한 현상변경 허가는 별도로 받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건설업계 역시 왕릉 인근 건축물을 지을 때 건설사가 직접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내용을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들이 몰랐을 리 없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소형 아파트 짓는 영세 사업도 아니고, 1000세대가 넘어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대한 공사를 진행하는 건설사가 기본적인 건설 관련 법조차 숙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얘기"라며 "기본적으로 규모있는 건설사들은 문화재보호법 제35조에 따라 왕릉 인근에 건축물을 지을 때는 건설사가 직접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기본적인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문화재청과 건설사가 한 치 양보없는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장릉을 둘러싼 여론도 첨예하게 갈리는 양상이다.

이번 논란이 촉발된 것은 앞서 지난달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김포 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 철거를 촉구한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면서다. 이달 6일 오전 기준 20만400여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 요건(30일간 20만명 이상 동의)을 충족했다.

당시 글을 올린 청원인은 "김포 장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 왕릉 가운데 하나"라며 "김포 장릉은 파주 장릉과 계양산으로 이어지는 경관이 핵심인데 아파트는 김포 장릉과 계양산 가운데 위치해 조경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파트들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하는 데다 심의 없이 위법하게 지어졌으니 철거돼야 한다"며 "아파트를 그대로 놔두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로 남아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건설 중단과 철거를 촉구했다.

최근에는 현실적으로 아파트 철거를 하기엔 무리가 있는 만큼 장릉을 세계문화유산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청와대 청원도 올라왔다.

이달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2일 '김포 장릉의 세계유산 등재 해제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공개된 것.

청원인 A씨는 글에서 "문화재청과 인천 서구청, 인천도시공사 등 공무의 관리 부재로 경관을 해친 김포 장릉을 세계문화유산 등재에서 제외시켜야 하며,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문화재보호법 개정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김포 장릉에서 바라본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출처=연합뉴스]
김포 장릉에서 바라본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출처=연합뉴스]

한편 왕릉 경관 훼손으로 공사 중단 사태를 야기한 3곳 건설사들이 문화재청에 제출한 개선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 건설사들이 문화재청에 제출한 개선안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전부 또는 일부 동 및 일부 층을 철거하겠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와 문화재청에 따르면 대방건설·금성백조·대광건영 3개사는 문화재청이 요구한 건축물이 장릉 역사문화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개선안을 지난 11일까지 모두 접수받아 개선내용을 공개했다.

문화재청은 공식적으로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3개 건설사 모두 일부 층수나 일부 동, 또는 단지 완전 철거를 제시한 내용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건설사 측은 철거 논란이 빗발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철거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기와지붕을 올리는 등 외관변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미 골조공사까지 마쳐 철거하기는 어려우니 문화재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공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방건설은 개선안과 관련해 왕릉 경관을 가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외관 변경은 가능하지만 층수 변경은 절대 불가하다며 강경태세를 보이고 있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건물 외벽 색깔이나 패턴유형 등에서는 장릉의 문화재 가치를 최대한 보존하는 범위 내에서 (일부) 공사내용을 수정해서 진행하는 것은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이미 골조공사가 20층이상 진행된 만큼 이미 완료된 공사를 철거하거나 허물고 (새로) 설계도를 만들어 공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인천 서구청으로부터 건설공사 인허가를 거쳐서 적법하게 공사를 진행해왔으며, 2019년 2월 인천도시공사로부터 주택건설사업계획 관련 별다른 시정명령을 받지 못했는데 2년이 지나 공사를 절반이상 마무리한 지금에 와서 문화재청으로부터 공사 중단 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로 철거하라는 것은 말이 안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어떠한 이유에서 외관 변경 개선안을 내놨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 문화재청이 심의 중인 데다 이렇다할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심의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답변을 갈무리했다.

공사가 중단 된 대광건영과 금성백조 측은 관계자는 “수분양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며, 최대한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 문화재청의 심의 절차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르면 이달 내로 문화재위원회를 통해 관련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이 해당 개선안을 토대로 문화재 보호 등 다양한 내용을 검토하고 철거, 일부 철거, 공사중단 및 원상복구 등의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법에 따라 원안대로 원상회복 조치 명령을 내릴 수 밖에 없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상태다.

한편 지금에 와서 문화재법 위반을 근거로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린 문화재청과 인허가권을 내준 인천 서구청 및 김포시청도 허술한 감독이 이뤄지는 등 책임 소재에서 벗어나긴 힘든 상황이다. 다음 편에서는 어떠한 배경에서 왕릉을 둘러싼 택지에 허가권을 내줬는지 인천서구청과 김포시청의 입장을 게재할 예정이며며, 최근 급속도로 건설사업을 부풀려 몸집을 키운 구찬우 대방건설 일가가 어떤 방식으로 인천검단신도시 입찰에 참여해 시공사로 선정됐는지 싣고자 한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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