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트럼프의 CIA, 줄리안 어산지 납치 프로젝트...007 영화 방불케 하는 시나리오들 밝혀져
[WIKI 프리즘] 트럼프의 CIA, 줄리안 어산지 납치 프로젝트...007 영화 방불케 하는 시나리오들 밝혀져
  • 최정미 기자
  • 기사승인 2021.09.28 06:37
  • 최종수정 2021.09.28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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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어산지. [사진=연합뉴스]
줄리안 어산지.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CIA가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를 납치 또는 암살하기 위한 비밀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CIA의 어산지 표적 활동은 위키리크스가 CIA의 해킹툴에 대해 폭로한 이후 시작됐다. ‘볼트7(Vault 7)’이라는 제목의 이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CIA 역사상 가장 방대한 데이터 유실 사건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로 인해 당시 미 고위급 정부 관료들이 어떻게 어산지를 납치 또는 암살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이다.

야후 뉴스는 27일(현지시간) 30명의 미국 전직 관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정황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야후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2017년 위키리크스가 ‘볼트7’이라는 이름으로 정부 문서들을 계속 공개하고 있을 당시 CIA 국장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가 어산지를 잡는 활동에 앞장섰다.

어산지가 당시 망명 생활 중이던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러시아로 탈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미국 정부로 들려오면서 폼페이오의 계획은 더욱 강화됐고, 어산지를 잡기 위해 수많은 시나리오가 모색됐다.

어산지를 표적으로 한 여러 시나리오들 중에는 흡사 007 영화를 방불케 하는 것들도 있었다.

런던 거리 한복판에서의 총격, 어산지를 호송 중인 자동차에 충돌 사고를 일으키기, 어산지가 탄 러시아행 비행기의 타이어를 총으로 쏘는 것 등이다.

심지어 비행기 총격 시나리오에서는 영국 당국에 협조를 요청한 의혹도 있다. 한 전직 미 정부 고위관료는 영국이 이 계획에 동의했다고 야후 뉴스에 말했다.

위키리크스는 2010년 방대한 양의 미 군과 정보기관들의 기밀 문서들을 공개하면서 미국 정부의 분노를 사기 시작했는데, 당시 미 정부는 어산지가 전 미군 정보분석가 첼시 매닝과 미 정부 컴퓨터 해킹에 공모했다는 혐의를 주장했다. 

2012년 어산지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 건물에 들어갔고 에콰도르 정부로부터 정치적 망명을 인정받았다.

미국이 어산지를 영국에서 미국으로 송환하려는 움직임은 약 10년 전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처음 시작됐고, 현 대통령인 조 바이든은 당시 부통령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어산지를 송환하지 않기로 했다. 어산지와 위키리크스가 한 일들이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는 언론 행위와 매우 유사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위키리크스는 2016년 미 대선 때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진영으로부터 유출된 이메일들을 공개하면서 또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미국의 눈초리를 받았다. 클린턴 측은 위키리크스의 이메일 공개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배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017년 위키리크스는 ‘볼트 7’을 올리기 시작했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분노를 샀다.

임기 시작 직후인 2017년 1월, 트럼프 행정부는 또 다시 첼시 매닝과의 해킹 공모 혐의를 들며 어산지에게 여러 건의 기소를 부과했다.

CIA의 어산지 납치와 암살 논의가 기소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에 법무부가 기소를 서둘렀다고 야후 뉴스는 보도했다.

한 전 미 방첩기관 고위 관료는 야후 뉴스에 CIA와 정부의 어산지 납치 암살 논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위급 수준에서 이뤄졌으며 논의에 경계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볼트 7’으로 당황한 폼페이오와 CIA 간부들이 현실 감각을 잃었다고 말했다.

‘볼트 7’이 게재되기 시작한지 5주가 지난 2017년 4월, CIA 국장 폼페이오는 미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에서 위키리크스 문제를 다뤘다.

폼페이오는 “위키리크스가 적대적 정보기관처럼 나아가고 말하며 추종자들이 CIA에 취업해 정보를 입수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키리크스를 러시아 같은 정부의 사주를 받는 ‘비정부 적대적 정보기관’이라고 칭했다.

CIA가 위키리크스를 비정부 적대적 정보기관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위키리크스를 국외의 적들과 같이 다루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CIA는 위키리크스가 러시아 정부와 공모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되는 어려움에 부딪혔다. 이는 어산지를 납치 또는 암살하려는 계획을 시도하는 데도 걸림돌이 됐다.

한 전 방첩기관 고위 관료는 야후 뉴스에 ‘위키리크스가 러시아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법적 공방이 많았는데, 그렇다는 확신이 없었다. 따라서 위키리크스를 적대적 독립체로 다시 프레임을 씌울 수 있는가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폼페이오가 연설 후 소규모 CIA 고위급 모임에 위키리크스 문제에 있어 ‘가능성의 기술(the art of the possible)’을 확실히 찾아달라고 말했다는 또 다른 관료의 말을 야후 뉴스는 전했다.  

폼페이오는 “제한이 없다. 자기 스스로 검열을 하지 말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법적인 것은 자신이 걱정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몇 달 뒤, 미국은 스파이 활동 대상 범위를 어산지를 넘어 위키리크스 관계자들까지 확대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작전에는 위키리크스의 디지털 인프라 마비와 통신 방해, 조직에 내분을 일으키기 위해 유해한 정보를 심어 놓기, 심지어 위키리크스 멤버들의 전자기기를 훔치기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계획 중 일부에는 실행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볼트 7 프로젝트에 연루된 독일인 해커 앤디 뮐러-마군이 2020년 12월, 그가 위키리크스와 일했던 시기에 겪었던 일들에 대해 말했기 때문이다. 그는 누군가가 자신의 아파트에 침입하려고 했고, 미행을 당했으며, 자신의 휴대폰이 도청됐다고 말했다.

한편 미 정부는 에콰도르 정부가 어산지의 외교적 지위를 인정할 것이고 그로 인해 어산지가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나가 러시아로 갈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야후 뉴스에 따르면, 에콰도르 대사관 근처에서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갑자기 흩어져 사라지는 러시아 정보원들이 포착되면서 미 정부의 걱정이 증폭됐다. 미 정부는 어산지를 탈출시키기 위한 작전이 수행 중이라고 믿었다.

전 미 정부 고위 관료는 야후 뉴스에  “우리에게는 어산지가 그곳에서 나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믿을 온갖 이유가 있었다. 마치 ‘프리즌 브레이크’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고 말했다.

CIA는 트럼프의 백악관과 함께 어산지의 탈출에 대비하기 위한 논의를 하기 시작했고, 이 때 비행기의 타이어에 총을 쏘는 제안이 나왔다.

어산지의 탈출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폼페이오는 계속 보복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것으로 보여진다. 전직 트럼프 행정부 안보 관료는 야후 뉴스에 “‘볼트 7’ 이후 폼페이오는 위키리크스에 전적으로 집착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와 정보국 관료들은 어산지를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납치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어산지를 제3국으로 데려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데려오는 것이다. 대사관에 침입해 어산지를 강제로 끌어내고 다른 미국이 원하는 국가로 보내는 것이 계획이었다고 전직 정보국 요원이 야후 뉴스에 말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이나 이집트도 아니고 런던에서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또한 대사관 침입에 대해 영국과도 논의했으나, 영국이 이 방법에 대해 거절했다. 이같은 방법은 외교상의 문제 외에 명백하게 불법이라는 문제도 있었다.

한 전직 요원은 야후에 “사람을 차에 던져넣어 납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어산지의 미국 변호인 배리 폴락은 야후 뉴스에 “나는 미국 시민으로서, 진실을 공개했다고 해서 우리 정부가 사법 절차 없이 누군가를 납치하고 암살하는 것을 생각한다는 것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폴락은 “영국 법원이 이 정보를 고려해 미국으로 송환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더욱 굳건히 할 것으로 희망하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야후 뉴스에 어산지의 암살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것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그런 일이 절대 없다며 “사실은 그에 대한 처우가 아주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2019년 4월, 에콰도르 정부는 어산지의 망명 지위를 박탈했고, 바로 영국 경찰은 그가 2012년 보석 규정을 위반하고 대사관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체포했다. 그리고 같은 날 미국 정부는 어산지에 대한 기소장을 공개했다. 

현재 어산지는 런던 벨마시 교도소에서 복역하며 미국 송환에 맞서 법적 투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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