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가상세계에서 나는 땅 부자"... 로이터, 한국 MZ 세대의 메타버스 열풍 소개
[WIKI 프리즘] "가상세계에서 나는 땅 부자"... 로이터, 한국 MZ 세대의 메타버스 열풍 소개
  • 최석진 기자
  • 기사승인 2021-09-10 06:41:54
  • 최종수정 2021.09.11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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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최첨단 기술이 집결된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가 각종 산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적용되면서 콘텐츠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경기 하남시 망월동에 자리한 버추얼 스튜디오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최첨단 기술이 집결된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가 각종 산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적용되면서 콘텐츠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경기 하남시 망월동에 자리한 버추얼 스튜디오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로이터가 10일(현지 시각) 한국의 메타버스 열풍을 선도하는 MZ 세대를 소개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한국의 엔지니어 숀(30)은 최근 수백만 원을 들여 토지를 매입한 후, 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큰 꿈을 펼치고 있다.

“저는 제 땅 위에 K-팝 라이브 공연이나 K-드라마를 상영할 수 있는 빌딩을 지을 겁니다.”

가상 토지에 투자 중인 숀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저의 구상은 2~3년 내에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을 겁니다.”

가상현실 상에서 건물을 짓겠다는 숀의 구상은 코로나19로 야기된 노동력 부족이나 비용 증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의 웅대한 계획은 모두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 세계인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다른 나라들에서는 아직은 미래의 비전에 속할지 모르지만,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의 MZ 세대에게는 점점 매력적인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그들은 현실의 대안으로 가상 세계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MZ 세대의 디지털 아바타는 게임을 하고, 친구들과 돌아다니며, 사회적인 모임을 개최하고, 가게를 열거나 파티를 개최하기도 한다. 나아가 그들은 도시를 건설하고, 돈벌이가 되는 사업을 꾸릴 계획을 펼치기도 한다.

디센트럴랜드에서 사용하는 아바타 이름 외에는 신분을 밝히기를 꺼린 숀은 지난 3년 동안 이 플랫폼에 점점 깊이 빠져들었다.

사용자들은 가상현실 세계인 디센트럴랜드에서 실제로, 입장객들에게 입장료를 받을 수 있는, 나이트클럽 같은 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한다.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가상 세계에서의 이러한 사업이나 공동체도 성공을 거두어 입소문이 나게 되면 그 가상 물건의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그리고 이같은 메타버스에는 한국의 투자 운용사나 통신회사, 나아가 정부까지 참여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6월 출범한 ‘삼성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Samsung Global Metaverse Fund)’가, 매일 약 10~20억 원씩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2021년 말까지 목표치인 1,000억 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최병근 부회장은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격리 생활을 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는 ‘KB자산운용’이 ‘KB 글로벌 메타버스 이코노미 펀드(KB Asset Management's KB Global Metaverse Economy Fund)’를 출범시킨 지 2주 뒤에 탄생했다.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로 관심을 돌리면서 투자 업계로 돈이 굴러들어오고 있습니다.”

최 부회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최대 통신회사 SK텔레콤은 지난 7월 자사의 메타버스 ‘이프랜드(ifland)’를 출범시켰다. 사용자들은 ‘이프랜드’에서 회의를 개최하거나 다른 아바타들의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의 흐름이 비대면으로 전환됨에 따라 메타버스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의 한 담당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매일 수천 개의 방들이 만들어지고, 수만명의 사용자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 한국 정부의 주도 하에 출범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Metaverse Alliance)’에 소속되어있다. 이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는 200곳이 넘는 기업들과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 관리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메타버스 분야를 선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지난주 모습을 드러낸 2022년 국가 총예산 604조4000억 원 중 9조3000억 원을 디지털 혁신과 메타버스 같은 신 사업을 육성하는 데 책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MZ 세대

한국인들은 특히, 메타버스의 미래가 현실을 얼마나 반영할지, 그리고 완전히 개발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메타버스의 매력에 이끌리고 있다.

사회 문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MZ 세대의 불만에서 찾고 있다. ‘MZ’은 밀레니얼(Millennials)과 Z 세대(Generation Z)를 합성해 한국에서 만들어진 용어로, 1981년부터 2010년대 초에 태어난 연령층을 가리킨다.

한편,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한국에서는 영어에는 없는, 대면(contact)의 반대를 의미하는 ‘비대면(untact) 경제’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메타버스 광풍은 양극화에 대한 MZ 세대의 슬픔과 분노를 반영합니다.”

2020년 후반부터 메타버스 관련 서적 2권을 출간해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김상균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그들은 메타버스를 현실의 대안이나 대체물로 여기지 않고, 자신들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IT 장비로 세상과 소통한 세대입니다.”

올해 37세의 최지응씨는 현실 세계의 부동산 가격 폭등과 규제라는 악조건 때문에 지오로케이션(geolocation) 기반의 플랫폼 ‘어스 2(Earth 2)’에 빠져들게 되었다.

가상 부동산 투자 플랫폼 ‘어스 2’ 상에서 서울 강남의 비싼 땅을 매입하는 데 5,000만 원을 투자한 것이 최지응씨가 현실에서 꿈꿀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었다.

“생각만큼 비싸지 않아서 투자하기가 쉬웠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메타버스 플랫폼들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존재는, 예술 작품과 동영상에서부터 의복 및 아바타까지, 암호화폐로 구매할 수 있는 무형의 디지털 자산인 대체 불가능 토큰(NFT)이다.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는 한정된 양의 디지털 토지 또는 ‘랜드(LAND)’를 NFT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이때의 NFT는 게임 내의 통화로 사용되는, 대체 가능한 토큰인 마나(MANA)로 구입할 수 있다. 일종의 대안화폐(altcoin)인 마나는 한정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법정화폐(fiat currency)로 구매하거나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디저털 화폐로 교환할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기 지역의 토지는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싸다. 2017년 디센트럴랜드가 출범할 당시 각 필지당 20달러에 거래되었던 토지는 현재는 수십만 달러에 손바꿈이 이루어지고 있다.

디센트럴랜드가 발전하면서 숀과 같은 가상 토지 소유자들은 자신들의 토지를 공연장을 지어 입장료를 받는 등의 다양한 상거래 방식으로 활용해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디센트럴랜드 상의 변화와 개발은 사용자들을 대신하는 비영리 기관인 ‘디센트럴랜드 재단(Decentraland Foundation)’에 의해 감시된다.

부동산 개발

핀테크 기업가 왕근일씨(36)는 ‘어스 2’ 상에서 북한의 평양과 바티칸시티, 그리고 이집트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그 곳들에서 관광과 교육 사업을 펼쳐 돈을 벌고자 한다.

지난해 11월에 출범한 ‘어스 2’는 아직 완벽하게 자리 잡은 메타버스 플랫폼 수준은 못 되지만, ‘어스’의 일부를 대표하는 디지털 타일(digital tiles)을 판매하는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사용자들은 현재 자신들이 구입한 토지에 들어갈 수(enter) 없는데 이는 왕씨가 아직까지는 완벽하게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메타버스 환경에 도박을 걸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스 2’의 CEO 셰인 이삭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은 자신감 측면에서 가장 능동적인 사용자들로 약 91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미국인들이 750만 달러로 2위, 이탈리아인들이 390만 달러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디센트럴랜드 측은 9월 1일까지 30일 동안 자신들의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한국인들이 7,067명이라고 밝히면서, 미국인들 다음으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되면 사람들은 쉽게 잊거나 다른 곳을 찾아 떠나지 않습니다.”

‘디센트럴랜드 재단’의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책임맡고 있는 데이비드 카는 로이터에 이렇게 들려주었다.

“무언가가 있다면, 현재 구간은 가장 소중하고 가치있거나 관련성이 높은 실체와 경험을 규정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KS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6월과 7월 동안 해외 주식 투자에서 게임회사인 로블록스를 가장 많이 순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을 보유한 맥스트(MAXST)와 위지윅스튜디오(WYSIWYG STUDIOS)의 주가는 최근 몇 달 사이 급상승을 나타냈다.

‘어스 2’에 가상 토지를 투자한 최씨는 메타버스에 도사린 함정의 위험성을 의식하면서도 흥분을 감추지 않고 있다.

“관점에 따라서는 멍청한 짓이나 버블에 투자한 것이라고 비웃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회를 잡은 것으로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dtpchoi@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