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터널 공사 때문에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잃을지도 모르는 스톤헨지
[WIKI 인사이드] 터널 공사 때문에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잃을지도 모르는 스톤헨지
  • 최석진 기자
  • 기사승인 2021-07-27 06:38:51
  • 최종수정 2021.07.27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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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헨지 [사진=연합뉴스]
스톤헨지 [사진=연합뉴스]

스톤헨지 유적지가 터널공사로 인해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가디언>은 26일(현지 시각), 문화유산 단체들의 말을 인용, 영국이 역사유적 보호 강국이라는 명성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UN 산하 문화유산 단체인 유네스코는 영국의 각료들에게 윌트셔 주가 자랑하는 원형의 거석(巨石) 유적지 스톤헨지가 ‘위험’ 목록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 말은 17억 파운드의 예산이 소요되는 지하 터널 공사가 예상대로 진행될 경우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는 예고에 해당한다.

문화유산 단체들은 지난 23일, 리버풀이 50년 이래 세 번째로 문화유산 지위를 상실한 후, 유네스코(Unesco)가 웨스트민스터 궁과 큐왕립식물원(Kew Gardens)을 포함한 UK의 다른 31 곳에도 엄정한 잣대를 들이댈 수도 있다고 말했다.

UN 산하기구인 유네스코는 스톤헨지와 에든버러의 신·구 타운들, 런던타워, 그리고 콘월의 유서 깊은 광산 지역 등의 유적지에 대해 엄밀한 조사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곳들은 모두 개발과 관련되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지역들이다.

이 문제와 관련 ‘UK 세계문화유산’ 총재인 크리스 블랜포드는 UK가 국가의 유네스코 유적지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UK의 유네스코 유적지들은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측면에서 타지마할이나 기자의 피라미드에 비해 손색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UK 내 많은 유네스코 유적지들이 심각한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정부 각료들이 세계문화유산 지정이라는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데 심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유적지들은 국제적 중요도가 매우 높은 곳들입니다. 우리 문화유산의 최고 중의 최고봉들이라 할 수 있지요. 우리가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서 세계적으로는 중요 국가로 자리매김해야하는 이 때에 엄청난 가치를 지닌 자산을 우리의 위상을 높이는 일에 어째서 사용하지 못하는 겁니까?”

그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유네스코 관리들은 UK 정부가 리버풀의 빅토리아 수변(水邊) 유적지 보호에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수년간 이어진 개발로 그 역사적 가치가 회복불능 상태로 손상됐다고 비난했다.

UK도 가입되어있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협약(World Heritage Convention)’은 각국 정부들에게 문화 자산 보호 자금을 위한 국가 재단을 설립하도록 권장하지만 UK에는 그러한 기구가 없다.

대신에 대부분의 문화유산 유적지들은 궁핍한 지자체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며, 2010년부터는 지역개발 기구 등 관련 단체들이 폐지됨에 따라 기금이 대폭 삭감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금난에 봉착한 관련 위원회들은 역으로 자신들의 역사적 문화 자산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말썽 많은 개발계획들을 승인하라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UK 내의 31개 유네스코 유적지들을 대표하는 ‘UK 세계문화유산’ 측이 발간한 2019년 보고서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중앙정부로부터 해마다 평균 5백만 파운드 정도의 지원금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또 UK 본토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지들에 대한 정부의 연간 예산은 1900만 파운드인데, 국가의 국립공원들에 소요되는 예산은 7000만 파운드라고 밝혔다.

한편, 스톤헨지 유적지는 예정대로 2마일에 달하는 터널이 건설된다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UK의 교통부장관 그랜트 섑스는 작년 11월 이 개발 계획이 이 지역 일대의 역사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유네스코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 계획안을 승인했다. UK 대법원은 전문가들의 사법적 검토를 거친 후 이 프로젝트의 시행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몇 주 이내에 내릴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위원회는 UK 각료들에게 스톤헨지가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 명단’에 오를 것이라고 통보했는데, 이는 터널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잃을 것임을 나타내는 예고에 해당한다.

타워브리지 전경. 멀리 런던타워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타워브리지 전경. 멀리 런던타워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유네스코 위원회의 자문역을 수행하는 ‘UK 국제 기념물 유적 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 UK)’의 전임 총재 배리 조이스는 조사관들의 심각한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그랜트 섑스 교통부장관이 터널 계획을 승인한 행위는 충격에 가깝다고 말했다.

“유네스코가 인지한 잠재적 훼손 가능성에 대한 조치들이 취해지지 않는다면 다른 지역들도 유네스코의 ‘위험 지역’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지역들도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읽게 되는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UK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서 한 곳 이상이 탈락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고, 그 결과 UK는 세계 문화유산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다.

‘UK 문화유산 보호(Save Britain’s Heritage)’의 헨리에타 빌링스 국장은 UK는 이제 문화적 유산에 대한 접근법을 떠넘기고 망각하는 나라로 국제적인 눈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는 우리가 세계 문화유산을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UK는 그동안은 역사 유적 보호 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인정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그러한 명성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데 심각함이 있습니다.”

스톤헨지에서부터 중세 성곽들, 그리고 로마 시대의 요새들에 이르기까지 UK의 풍부한 역사 유적지들은 해마다 UK 경제에 수십억 파운드를 벌어주고 있으며, 전 세계로부터 수백만의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빅토리아 학회(Victorian Society)’의 조 오도넬 국장은 정부의 예정된 계획안 때문에 문화재 전반이 잠재적인 개발 위험에 노출되면서 문화유산 유적지들의 보호에 대한 인식이 감소될 것을 염려했다.

“안타깝지만, 정치인들이 유네스코의 결정을 도발로 받아들이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봐서는 문화 유적지 보호 의식이 활성화되기는 요원할 듯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또, 그림자내각(야당의 예비 내각)의 문화부장관 조 스티븐스는 “이러한 문화 유적지들은 우리 국가의 정체성 면에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이나 국내 관광객들을 유인함에 있어서도 필수적인 장소들이기 때문에 국가가 이들의 보호에 앞장서야할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 문화유산 보호라는 기본적 책무도 제대로 못하면서도 이들 두고 가시 돋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이 정부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 대변인은 UK는 “문화유산 보호에 선두적인 역할을 하는 나라”이며, UK 정부는 리버풀에 대한 유네스코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유산과 스톤헨지 유적지의 고고학적 가치 보호는 UK 정부와 도로 계획에서 최우선 순위를 차지하며, 우리는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및 문화유적 단체와 과학단체들과도 지속적으로 긴밀한 협의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dtpchoi@wikileaks-kr.org